교육부가 나름 정책 타당성을 가지고 추진했던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종결과를 두고 대학사회가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 시비와 폭로가 줄줄이 이어지는가 하면 갖가지 괴담이 속출한다.

지난달 31일 교육부가 발표하기에 앞서 이미 대학들은 운명을 알고 있었다. 일주일 전인 25일 각 대학에 가집계 결과 점수와 등급에 따른 정원감축분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들은 물론 부처 출입 언론에 유례 없이 강한 엠바고를 걸어 함구령을 내렸다. 지역 언론들만이 산발적으로 보도했다. 하위대학 내부의 파장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집계 결과만으로도 하위등급에 지정된 책임을 지고 총장과 보직교수가 일괄 사퇴한 대학도 있었으니 말이다.

31일 발표한 최종결과에서도 전체 대학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학자금대출이 제한되는 D- 등급과 E등급 대학의 명단만을 공개했을 뿐이다. 지난 3년간 심각한 부정·비리가 적발된 대학들은 감점부터 등급 하향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느 대학들이 어떤 사유로 감점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왜 평가를 끝낸 후에 별도조치를 처리한 것인지도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새로 구성된 제4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명단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모 전문대학의 경우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던 이 대학 전 교수가 평가위원 팀장으로 참여하면서, 이 대학을 불리하게 채점했다고 폭로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면접평가에서 상피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유고가 있는 평가위원을 배치해 불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전문대학의 경우 정량평가에서는 A등급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어 A등급을 믿어 의심치않고 있었는데 B등급이었고, 이름만 대도 알만한 명문 전문대학이 C등급 판정을 받아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4년제 대학에서도 정량평가 우수대학들이 D등급, D-등급을 받자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정량평가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정성평가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단면이다. 

또 다른 대학 총장은 로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학은 이의제기를 위해 직접 교육부 관료를 만났지만, 이 관료로부터 “지금까지 한 번 찾아오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 그 대학은 교육부 출신 교수도 없냐”는 괴랄한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처음 등급 분류시 A등급에 서울지역 대학 일색이자 지역대학들이 포함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는 사실, 하위대학으로 분류됐던 대학들이 사후 심의를 통해 사전 평가제외대학들과 같은 조치를 받게 됐다는 점은, 그만큼 이 평가가 정부 관료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 충분하다.

사실 이번 평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괴담 투성이였다. 비록 첫 평가였다고는 하지만 최초에 공개한 편람의 일정과 평가방식을 번복했고, 평가 후 등급을 배정한 점, 사실상 5등급에서 6등급 체제로 바꿔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제한 등 후속조치에 차등을 둔 점까지 한두 가지 바뀐 것이 아니다. 대부분 정보를 비공개로 고수하다보니, 평가과정과 대학 명단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대학가의 요구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교육부에서는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관성과 신뢰성, 투명성, 공정성을 잃은 평가가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다. 한 국가의 전체 대학의 명운을 결정하는 평가가 이토록 뒷말도 뒷탈도 많아서야 하겠는가.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앞으로도 2주기와 3주기 두 차례 남아있다. 교육부와 대학,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의 시행착오를 통렬히 평가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본지가 주최한 대학경쟁력강화를 위한 President Summit 개막식에 참여한 황우여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1단계 평가의 미비점을 철저히 보완하여 2단계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