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지난 2일 정오, 연세대 신촌캠퍼스 언더우드 상 앞에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교수와 학생, 직원 등 3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퇴임을 앞둔 한 교수는 “교수와 학생, 직원이 이렇듯 모인 게 15여 년만인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같은 대학의 구성원이라도 서로의 문제에 관심이 적거나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다보면 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노 교수가 감동한 이들의 회합은 그러나 반가운 만남은 아니다. 이들을 불러 모은 건 ‘위기감’이었다.

연세대는 올 11월 총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이사회 측이 총장을 뽑는 '룰'을 갑자기 바꾸려 하면서 이사회와 구성원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연세대는 지난 2011년부터 총장 간선제를 시행하며, 새 선출 방식을 도입했다. 간선제의 단점을 적절히 보완했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이 방식은 먼저 총장 후보 물색위원회와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가 2~3명의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이들 중 한명을 뽑고, 다시 교수들의 신임 투표를 거친다.  위원회와 이사회, 교수 등 구성원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총장을 선출하는 셈이다.

문제는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두고 이사회가 교수들의 인준 절차를 없애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인준절차 폐지는 구성원의 의견에 눈과 귀를 닫는 처사라는 게 교수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전현직 총장 출마시 바로 최종후보에 포함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를 얼마 안남기고 급하게 ‘룰’을 바꾸는 것이 무엇 때문이겠느냐며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사회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31일 김석수 이사장 이름으로 학교 구성원들에게 ‘이사회는 총장의 선임에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고, 이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학의 수장인 총장이 누구냐에 따라 대학의 정책과 비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공정한 선거로 ‘수장’을 뽑아 그를 통해 정책과 비전을 함께 실현하고 싶어하는 교수들의 마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을 다시 논의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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