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열(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최근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학령인구 감소 현상으로 인해 대학 입학 정원을 감축해야 할 필요에 따라 시행됐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는 모든 대학 관계자들이 당연히 알다시피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재정 지원이라는 떡을 쥐고 있는 정부의 ‘갑질’에 당당하게 항거하고 나설 대학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가장 큰 폭의 정원 감축을 당할 곳은 취업률이 낮은 전공일 것이고, 사범대학은 인문 계열 전공과 함께 가장 먼저 공략을 당할 표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범대학에는 인문 계열 전공과 다른 사정이 있다. 사범대학의 취업률이 유독 낮은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범대학 졸업생의 대부분이 겨냥하고 있는 교직은 기본적으로 경쟁률이 높은 까닭에 졸업과 동시에 합격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재수는 기본이고 삼수와 사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취업률은 당해 연도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들 합격자들이 졸업 후에 이룬 성취는 사범대학 교육의 성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건강보험 DB를 근거로 산정되는 취업률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하지 않는 등 직업의 질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므로, 선망도가 비교적 높은 교직의 특성도 무시되고 만다.

한편 사범대학은 일반대학 교직과정, 교육대학원과 함께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별도로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아 왔다. 1998년도에서 시작된 1주기 평가에 이어 2003년과 2010년에 2주기와 3주기 평가가 있었고, 올해는 4주기 평가가 목하 진행 중이다. 그때마다 각 사범대학들은 등급에 따라 정원 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범대학은 현재 소규모 정원의 학과로 운영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중등학교 교사 양성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교원 양성 기관 평가의 명분도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교육부의 이율배반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을 명령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사범대학에 새로운 학과를 신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국어교육과의 경우, 주기적 평가가 시행된 이후에 최근에 신설된 학과만 하더라도 필자가 확인한 곳만 전국에 걸쳐 5개이다.

고등교육법 제41조 2항에서는 사범대학에 대해 중등학교 교원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대학의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에서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교사 자격증을 가진 청년 실업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에서는 교원 양성의 길을 개방하면서 한편에서는 구조개혁의 칼로 정원을 줄이는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이처럼 사범대학은 종합대학 내부의 취업률 경쟁과 전국에 걸친 사범대학 평가에 따른 경쟁을 이중으로 맞이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처방이 필요하다. 그 처방에는 현재의 체제에 대한 개혁도 포함되고, 로스쿨 식의 교육전문대학원과 같은 대안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 이율배반은 없어야 한다. 이해관계에 얽매어서 근시안적으로 임시변통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율배반을 낳는 법이다. 디지털 환경이 발달하여 학생들이 모니터를 통해 우수한 교사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도, 교사가 학생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교실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교원 양성 체제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과 치밀한 기획이 동반되는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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