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지난달 31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다음날 주요 일간지는 ‘고려대·홍익대·건국대 지방캠퍼스 부실판정’ 식으로 헤드라인을 뽑았다. 각 언론사가 교육부 브리핑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D+ 대학명단을 굳이 헤드라인에 끄집어 낸 이유는 이름난 대학의 지방캠퍼스 평가 성적이 ‘가히 충격적’이었단 의미였겠다.

일부 지방캠퍼스가 장식한 신문 헤드라인은 영 마뜩잖다. 대학의 분교(分校)는 1980년대 정부로부터 인구의 지방 분산과 대학교육의 기회 평준화를 위해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권장·인가됐다. 이렇게 뜻깊은 사명을 띄고 지방 곳곳에 들어섰으나 본교와는 체계 구조부터가 다르다. 대부분의 지방캠퍼스는 총장 아닌 부총장이 수장이고, 재정 투자가 원활하지 않아 20~30년 전에 만들어 놓은 시설물들이 방치된 채 있는 경우도 적지않다 한다.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금은 대학이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지속적이고 신속하게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 “지방캠퍼스의 부총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대학을 현 상태 이상의 발전이 아닌 유지·관리 수준에 머물게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문 헤드라인에 명예롭게 이름을 올린 캠퍼스가 있다. 한양대 에리카다. 한양대 서울캠퍼스와 함께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다수의 대학 관계자는 한양대 에리카가 학제간 융합과 특성화 측면에서 본교를 뛰어넘는 수준을 갖췄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기도 한다. 한양대 에리카의 수장은 서울캠퍼스와 같은 총장으로 ‘한 몸이 두 개로 나뉜’ 구조를 갖고 있다.

같은 평가 기준으로 너무나도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든 본교와 분교. 교육부의 이번 평가가 대학 고유의 특성화를 무시한다며 한 일간지의 대학평가 성적을 앞세워 물타기에 나선 지방캠퍼스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같은 이름과 설립자 정신을 공유한 본교와 분교 아닌가. 더 이상 몸집 불리기 도구가 아닌 기본적인 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춰야 특성화도 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한 몸이 두 개로 나뉜’ 한양대 에리카를 보면 어쩌면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말 많고 탈 많은 최근 대학구조개혁평가지만 구겨진 성적표 속에서 미래 대학발전의 단초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분교들의 반란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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