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이전에 대학교수 돼야 퇴직 때 훈장 받을 수 있어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교육부가 매년 2월과 8월 말에 퇴직교원 훈·포장을 수여하는 가운데 그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수로서 대학에 임용된 재직기간이 길어야만 훈·포장을 받는 요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실제 대학 현장에서 연구나 교육에 대한 기여와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상훈제도는 행정자치부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퇴직교원 훈장은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 교원을 포함해 매년 2월과 8월 말에 교육부에서 수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매년 정부포상 업무지침을 수정하면서 그 기준 등을 공개한다.

훈격 기준에 따르면 재직기간이 33년 이상인 퇴직 교원은 근정훈장을 받을 수 있다. 대학에서 △40년 이상 재직 시 황조근정훈장(2등급) △38년~39년 재직 시 홍조근정훈장(3등급) △36년~37년 재직 시 녹조근정훈장(4등급) △33년~35년 재직 시 옥조근정훈장(5등급)에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예외로 대학 총장이 퇴직할 경우에는 청조근정훈장(1등급), 황조근정훈장(2등급)을 추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재직기간이 30년 이상 33년 미만인 교원의 경우에는 근정포장을 수여한다. 재직 기간에 따라 △28년 이상 30년 미만 교원은 대통령 표창 △25년 이상 28년 미만 교원은 국무총리표창을 받는다. 

대학총장으로 퇴직하는 교원을 제외하면 5등급인 옥조근정훈장을 받으려면 32세 이전에 대학 교수로 임용 돼야 가능하다. 총장을 역임하지 않은 교수의 경우에는 1등급 훈장인 청조근청훈장은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으로 정작 우수 교원들이 퇴직 시 훈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을 2년 앞둔 한 공과대학 교수는 “교수들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기준 자체에 대한 모순이 있다”면서 “해외에서 공부하고,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대학교육과 나라를 위해 대학으로 들어왔지만 재직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훈장은 공훈과 무관하게 아예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직기간을 기준으로 한 훈장 수여는 요즘 추세와 맞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 국내외에서 우수한 인물들을 대학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은데, 32세 전에 대학에 들어와야 훈장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학을 전공한 모 대학 교수는 “법학 전공의 경우 여자교수가 35세 이전에 대학에 들어오고, 남자교수의 경우는 38세 정도에 대학에 임용 된다”면서 “이 경우에도 모든 과정을 빠르게 밟았을 경우에나 해당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훈장을 주면서 교수의 연구업적이나 연구성과 등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단순히 재직한 기간을 기준으로 놓고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라며 "자체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최근 교육부는 비리 전적이 있는 퇴직 교원에게까지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5년 2월 퇴직교원 정부포상자 징계현황'자료에 따르면 포상자 중 90명이 공금유용, 음주운전, 직불금 부당 수령, 아동 성범죄 미신고 등으로 징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퇴직교원에게 주는 최고 포상인 청조근정훈장을 받은 전 대학총장은 시험계획을 공고하지 않고 친인척을 채용했다가 교육부 종합감사에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것으로 국감결과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퇴직한 교원 중에서 징계 기록이 있는 127명의 경우에는 훈·포장 수여를 전면 보류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퇴직교원 포상이라는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연준 교원복지연수과 과장은 “정부포상업무지침은 행정자치부에서 관리하고, 큰 틀에서 지침을 따르지만 세부적으로 매년 기준 등을 조정한다”면서 “퇴직교원 포상은 다른 포상과 달리 퇴직하는 교원이 얼마나 오래 국가 교육에 이바지 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일반 포상이라면 그분의 업적이나 연구를 기준으로 하겠지만, 퇴직교원에게 주는 훈장이기 때문에 재직기간이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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