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총장 간선제를 반대하며 투신한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사망 이후 국립대들이 동요하고 있다. 간선제로 전환했다가 직선제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퍼지는 분위기다.

논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교육부가 수년간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도록 압박해온 사실이 일파만파 알려졌다. 최근 간선제로 선발된 4개 국립대 총장후보자들과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 소송공방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직선제 폐지는 정부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세우기 위한 수가 아니었느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정감사 시기와 맞물려 쏟아진 국회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과 여론 속에서 부산대는 지급 보류됐던 2차분 CK 사업비를 받을 수 있었다.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은 유하게 바뀌는 듯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지난 10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이튿날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의에서 총장직선제와 간선제 등 총장선출방식의 장단점을 종합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 실무진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물론 국회와 언론에는 아직 부산대가 학칙 개정 전이기 때문에 사업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산대가 직선제로 학칙을 개정한다면 사업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미 수령한 본부 사업비 절반을 환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총장선출방식과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노선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것이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니고 무엇인가. 다시 총장직선제로 회귀하려는 국립대에는 현실적인 공포이자 압박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늘 재정난에 시달리던 국립대들은 구성원간 진통을 겪으면서도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했다. 그리고 부산대는 다시 본부와 교수회간 갈등과 구성원의 죽음 후에야 직선제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갖은 행·재정 제재를 감수하고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직선제 전환 대학에 페널티를 주면서 교육부가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같은 양의 ‘정부재정’을 아침과 저녁 몇 개씩 줄까 재면서 말이다. 모든 국립대가 교육부를 외면해야만 멈출 것인가. 아니면 후세로부터 박근혜정부가 ‘국립대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만족할 것인가.

현 국립대 총장선출방식 논란은 결국 어떤 가치가 더 우선인지 논하는, 철학의 문제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면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교육부는 국립대의 자율성을 존중해 깊이 소통하고 무겁게 결단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