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위한 공간 아니다"…'학생복지' 명목 임대업에 과세 판결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대학교 캠퍼스 내 상업시설에 무조건 교육면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대학가 미칠 파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학 캠퍼스로 들어선 각종 상업시설에 대한 재산세 부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학생 위한 교육목적 공간” VS "임대수익 나오는 상업시설" =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경란 부장판사)는 이화여대가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에 부과한 재산세 약 4억 원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8년 완공된 이화여대 ECC는 지상에서 지하 6층 규모의 건물로 이대 대표 건물이자 주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이대는 '교육연구시설'로 등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다가 지하 4층 일부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용도변경하고 외부에 임대했다. ECC 지하 4층에는 현재 커피전문점, 은행, 이동통신 대리점, 편의점, 영화관,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41조에 따르면 학교 등 교육시설에서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재산세를 면제하게 돼 있다. 학교 측은 “학생·교직원을 위한 식당과 서점 등 후생복지시설 용도이기 때문에 교육사업에 직접 사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시설은 학교 교육목적 달성에 필수적이거나 대학교의 이용 편의와 불가분하게 결합한 시설이라 볼 수 없다"며 "학교가 임대수익을 거두는 만큼 재산세 면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ECC에 들어선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대학교 구내에 있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며 교육목적과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연장도 주로 연예인 콘서트 등 학생 교육과 무관한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소 2곳은 교육목적임을 인정해 재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르면 이대가 일부 승소했으나 면세 부분만 따로 계산하기 어려워 일단 과세 처분 전부를 취소한 후 비교육 목적의 상업시설에 대해선 별도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이화여대가 패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대문구청 세무1팀 정주홍 주무관은 “학교가 당초에는 교육연구시설로 사용하다가 용도변경을 하면서 임대수익을 거두고 있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구청에서는 나름대로 소극적으로 과세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라면서 “연세대 공학관도 이전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화여대 ECC는 지하 4층 전체를 용도 변경해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등 상황이 특수했다. 그래서 재산세를 청구했다”면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대학가 캠퍼스 내 상업시설에 영향 미칠까 = 이번 판결이 대학 내부에 들어선 프렌차이즈업체 등 상업시설 임대수익에 대한 재산세 부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학 캠퍼스에는 외부 상업 시설이 속속 진출해왔다. 지난 2013년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이민규 교수 연구팀이 서울의 각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학들에 입주해 있는 평균 외부업체 수는 9개다. 서울대가 39개로 가장 많고 △한양대(23개) △고려대(22개) △서강대(18개) △연세대(16개) △중앙대(16개) 순이었다. 

특히 지난 2월 지어진 서울대 관정도서관의 경우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서 있다. 기부채납 방식으로 도서관이 건설되면서 기부자인 관정재단 측에서 상업공간을 25년 무상으로 내줬다. 서울대 학생들도 상업시설이 학교 도서관 내부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관악구청 세무1과 이상윤 주무관은 “서울대 관정도서관의 경우에는 무상으로 임대를 내줬기 때문에 임대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화여대와 같은 사례로 보기 힘들다”면서도 “대법원 최종 판결을 봐야 알겠지만 대학 내부의 상업시설이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닐 경우, 접근성, 임대수익의 정도 등을 따져 재산세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알겠지만 비슷하게 교육용연구시설에서 용도변경을 한 대학의 경우에는 조사나 검토가 들어갈 수 있다"면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대 관계자는 “이번 판결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다른 지자체들도 최종 판결이 나온 후에 비슷한 소송에 뛰어들지 않겠나”라면서 “우리 학교 이외에도 타대학에 상업시설이 많은 곳이 한 둘이 아니라 파장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상업시설이 학내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해온 일부 학생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화여대 내부 상업시설 반대 서명을 진행한 허성실(사회과교육3)씨는 “학생을 위한 교육공간이라고 하면서 상업시설이 들어와 임대수익을 내는 것부터 문제고, 어떤 시설이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 등 이런 것들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상업시설을 모두 학생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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