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송(본지 논설위원/인덕대학 교수, (사)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시작에 앞서 ‘4년제 전문대학’이라 함은 (4년제)대학이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영역을 복사해 운영하는 대학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현재 고등교육기관 혼돈상황의 실태와 해결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현재 고등교육기관의 호칭은 잘못돼 있다. 대학가와 언론기관에서 고등교육기관의 구분을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혹은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으로 한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호칭이다. 전자의 경우 한쪽은 수업연한으로 다른 곳은 대학의 교육목적으로 구분하고 있고 후자는 같은 수업연한의 구분이지만 전문대학은 이미 4년제(간호학과), 3년제, 2년제, 전공심화과정(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올바른 구분이 될 수 없다. 고등교육법상에는 ‘대학’과 ‘전문대학’으로 구분되어 있다. 학문·학술 중심의 ‘대학’과 전문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으로 호칭하는 것이 대학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올바른 표현이다.  
 
현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방소재 대학들이 ‘4년제 전문대학’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영역에서 충돌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문대학 고유 학과라 할 수 있는 물리치료학과, 치위생(학)과, 방사선학과, 실용음악과, 조리 관련과 등이 대학에서 우후죽순 개설됐다. 2004년에 43개 대학에서 전문대학 고유학과 80개를 설치·운영하던 것에서 올해 108개 대학에서 303개 학과를 설치·운영하게 됐다. 학과 수 기준으로 11년 만에 대학에서 설치·운영하는 전문대학 관련학과 수가 3.8배(대학 수로는 2.5배)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본질을 벗어난 ‘4년제 전문대학’들이 이제는 고등교육법을 무시하고 공공연하게 직업교육이 전문대학만의 몫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등교육의 ‘공공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결국 ‘4년제 전문대학’의 등장으로 고등교육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이 법적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이러한 경계가 무너지면서 대학과 전문대학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학이 본연의 연구와 교육 이외에 평생학습, 직업교육 등 모든 분야를 참여한다면 역량이 분산되어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기 힘들다. 전문대학은 오로지 ‘전문직업인 양성’만을 목표로 40여 년 간 외길을 달려왔다. 하지만 대기업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잠식하듯, 대학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업교육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전문대학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결국 학문중심의 대학의 역할과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 양자 모두 전문성을 잃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국제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감이 크다.

‘4년제 전문대학‘은 교육수요자에게 때로는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문제점도 있다. 2년이면 충분히 직업교육이 가능한 분야를 4년으로 확대해 전문대학보다 비싼 학비를 2년간 더 지출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일찍 졸업하여 사회활동을 하며 벌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합산한다면 학생 1인당 약 7000만원의 불필요한 손해를 보고 있는 꼴이다. 여기에 전문대학을 피하고 ’4년제 전문대학‘으로 가기 위한 사교육비까지 고려한다면, 국가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4년제 전문대학’은 필요하지 않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도 전문대학이 모두 4년제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이라는 고정된 수업연한이 직업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절름발이 직업교육의 현실을 하루속히 벗어나기 위한 요구사항이다. ‘4년제 전문대학’ 보다는 충실한 직업교육을 위한 ‘4년제 전문학과’의 부분적 운영이 더욱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대학에게도 수업연한 다양화의 기회를 허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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