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13만명까지 나올 것" …쉬운수능 기조유지시 변별력 상실 불가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현재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치르게될 2018학년도 대학입시에 첫 도입되는 영어절대평가가 9등급제로 확정됐다. ‘쉬운수능’ 기조가 유지될 경우 영어 1등급 인원은 수도권 전체 4년제대학 정원과 맞먹는 13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목고와 자사고,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 내 일반고의 경우 영어 1등급자가 100%에 육박할 전망이다. 영어가 변별력을 상실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영어를 조기에 끝내려는 사교육 수요가 늘고 학교에선 불법으로 영어 수업 시수를 줄이는 등 공교육의 파행도 우려된다.

교육부는 영어영역 절대평가 세부 도입방안이 담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1일 확정·발표했다.

교육부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시험체제와 점수체제 결정을 위해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교사와 대학입학관계자,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대입전형에 미치는 부작용과 수험생의 혼란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기본적으로 영어 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시험체제는 2017학년도 수능 시험과 동일하다. 또 한국사 필수, 국어·수학 수준별 시험 폐지 등 앞서 2017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개선사항도 2018학년도 수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성적은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하고 현행처럼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제공한다. 수능 시험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와 대학의 전형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1월 셋째 주에 시행되며, 2018학년도 수능 시험일은 2017년 11월 16일이다.

첫 도입되는 영어 절대평가 경우 안정적 도입과 정착을 위해 문항 유형, 문항 수와 배점 등 영어 시험체제는 변화 없이 유지하고, 도입 후 첫 수능인 2018학년도 시행 결과를 토대로 필요할 경우 점진적으로 문항 유형 등의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영어 영역의 성적은 한국사 영역과 마찬가지로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만 제공하며, 등급 수 역시 9개 등급으로 결정됐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 및 대학 입학 관계자들이 학생 간 차이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고 기존 수능 점수체제와 조화도가 높다는 이유로 9등급제를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영어 영역의 만점은 현재와 동일하게 100점이며, 등급 간 점수 차이는 10점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원점수 100~90점은 1등급, 89~80점은 2등급 순으로 등급이 구분된다.

이에 따라 2018학년도 입시에서 영어 1등급 인원이 10만명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이 매우 쉽게 출제될 경우 영어 1등급 인원은 지난 9월 모의평가 기준 4.64%(2만6064명)에서 2018학년도 수능땐 23.30%(13만902명)으로 4배(10만4838명)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상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4년제 대학 선발인원 13만5038명과 거의 일치(13만902명)하는 수준이다. 학교별 영어 1등급 비율도 전국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최상위권 일반고 등에선 최소 80%~1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능이 현행 수준대로 출제된다면 영어영역의 변별력은 상실된다”며 “영어를 빨리 끝내려는 조기 사교육 현상이 발생하거나 일선고교에선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의 비중을 높이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영어 변별력이 축소되면서 외국어고와 국제고에 대한 선호는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절대평가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충분히 도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단순히 쉽게 출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며,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저하될 우려가 없도록 학교 영어 교육 개선을 병행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효과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들은 다른 응시자 성적과 무관하게 본인의 원점수에 따라 정해진 등급만 부여받게 된다”며 “점수 1~2점을 더 받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학교 영어 수업이 수능 대비를 위한 문제풀이에서 벗어남으로써 균형 있는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부는 내년에 수능 영어 절대평가 출제 안정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모의평가를 거쳐 본 수능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영어 절대평가 등급 활용 방안 등을 포함한 대학별 2018학년도 전형 시행계획은 2016년 4월까지 발표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영어수업 방식을 글로벌 사회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평가 체제의 개선이 불가피했다”며 “수능 영어 점수에 따라 학생을 변별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꿈과 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대입전형 체제를 확립해 가겠다”고 밝혔다.

▲ <표: 교육부>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