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학생회까지 감사해야 한다는 학생들 요구 높아져

이벤트성 감사부터 관련 세칙 마련까지…학생회 자구책 마련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지난 8월 경희대 국제캠퍼스의 한 학생은 대학 총학생회가 회비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달 성균관대 학생들도 대자보를 통해 학생회비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등 대학가 전반에 학생회비 운용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자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감사를 도입해 운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학과 학생회비는 그동안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학과 학생회비는 보통 입학할 때 한꺼번에 4년치 25만원 정도를 거둬왔는데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납부에 부담을 느껴왔다.  그러나 자체 회비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오규민 한양대 인문대학 학생회장(사학 4)은 “인원 규모가 적은 학과에서는 대개 아는 사람들이 학과 학생회를 맡는 경우가 많아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해왔던 분위기도 감사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감사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5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회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60% 이상이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는 물론 학과 학생회까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학생회 내부에서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정이 경희대 총학생회장(아동가족학 4)은 “자발적으로 감사를 받겠다고 나서는 학과들도 더러 있다”며 “학생회비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많아 학생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으니 감사를 통해 ‘우리 학과는 잘 운용되고 있다’고 명확히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사 활성화를 위해 한양대 인문대 학생회는 지난 학기 말에 소속 학과 학생회를 대상으로 이벤트성 감사인 ‘학생회비 결산 콘테스트’를 열었다. △수입·지출 항목 일치 여부 △증빙 방식 부합 여부 △학과 게시판에 결산 보고물 부착 여부 등 몇 가지 기준을 세워놓고 심사했다. 이를 모두 충족시킨 학과에는 상품을 증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관련 세칙을 제정, 학과 학생회를 감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시행 중인 대학들도 있다.

서울시립대는 학생 7명의 요청이 있으면 중앙감사위원회에서 해당 학과에 대한 감사를 시행할 수 있는 세칙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숭실대와 한국외대의 경우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소속 학과 학생회를 감사할 수 있는 세칙을 마련했다. 세칙에는 감사위원회 인원 구성,  감사 일정, 감사 기준 등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올해부터 세칙에 따라 단과대학 주도로 모든 학과 학생회의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윤홍준 숭실대 총학생회장(수학 4)은 “지난해 법과대학이 시범적으로 시행한 감사에서 법학과 학생회장의 학생회비 횡령 사건을 적발한 사례가 있다”며 감사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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