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출신 아닌 중국인 토종 과학자로 첫 수상에 중국언론 대서특필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중국대륙이 '토종 과학자'의 첫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에 환호하고 있다. 경제에 이어 과학분야에서도 중국의 '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85)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 과학분야 노벨상을 수상했다. 화교와 중국국적자를 통틀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도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은 모국을 떠난 해외 화교 출신들이 8차례나 과학분야 노벨상을 수상해 '중국인 국적자'의 수상을 고대해왔다.

이제껏 중국은 과학분야에서 양천닝(楊振寧·1957·물리), 리정다오(李政道·1957년·물리), 딩자오중(丁肇中·1976년·물리), 리위안저(李遠哲·1986년·화학), 주디원(朱체文·1997년·물리), 추이치(崔琦·1998·물리), 첸융젠(錢永健·2008년·화학), 가오쿤(高곤<金+昆>·2009년·물리) 등의 화교 출신 수상자를 불편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투 교수는 또한 역대 12번째 노벨생리의학상 여성 수상자라는 상징적인 영예도 중국으로 가져왔다. 이날 거의 모든 중국 언론매체가 투 교수의 생애와 성과 등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영웅만들기에 나선 분위기다.

중국은 이번 수상으로 다소 불편했었던 노벨위원회와의 관계도 복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몇 차례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반체제 인사 등이 주로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중국이 만족하는 수상자는 없었던 탓에 중국과 노벨위원회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과학계도 국제 학계로부터 표절, 관료주의, 권위에 복종하는 전통 등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투 교수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중국은 그같은 설움을 벗어나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중국의 이번 결실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중국은 공격적인 국가과학자 우대정책과 전략적인 과학기술정책으로 급속한 과학 발전을 이끌어왔다.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단어는 첸쉐썬, 양탄일성(兩彈一星), 과학인재로 유명하다.

첸 박사는 중국 항공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로 과학인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와 무한한 신뢰를 잘 보여준다. 초창기 우주계획으로 중국의 과학발전을 선도한 ‘양탄일성’ 전략도 첸 박사가 1956년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마오쩌둥과 독대한 직후 수립됐다. ‘핵탄(원자탄·수소탄)’과 ‘도탄(미사일)’, ‘위성(인공위성)’ 보유계획을 의미하는 양탄일성은 중국을 세계적인 과학강국으로 올려놓았다. 또한 미국에서 첸 박사를 데려와 성공한 이후, 중국은 국내외 우수한 중국인 과학자를 선정해 영입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는‘백인계획’, ‘천인계획’, ‘만인계획’등을 세워 지금도 이를 시행하고 있다.

‘백인계획(百人計劃)’ 프로젝트는 중국의 인재중시 전략의 효시다. 1994년 중국과학원에서 처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해, 지역의 첨단기술산업과 신흥산업을 발전시키고 우수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백인계획에 따라 최종 선발된 과학 인재는 박사 학위를 소지한 평균 연령 36세의 젊은 연구원들이었다.

2008년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천인계획(千人計劃)’으로 인재중시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 중국 공산당은 천인계획으로 해외 고급인재를 영입, 고국으로 귀국시켜서 혁신과 창업을 담당 하도록 했다. 천인계획 시행 후 해외인재의 귀국창업이 봇물을 이뤘다. 중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천인계획에 선정된 학자들에게는 막대한 혜택을 제공했다.

우선 중앙정부는 1인당 100만 위안(한화 1억7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보조금은 완전 면세 혜택을 받았다. 연구영역에 따라 5~7년간 최고 800만 위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더해 인재를 직접 채용한 기관이나 학교에서도 별도로 일정한 봉급과 연구비를 지급했다. 그 밖에 특별 의료 고려대상에 포함되며, 주택보조금과 부식비, 이사비용, 친척방문을 위한 귀국보조비, 자녀교육비까지 지원했다. 심지어 배우자의 취업까지 정부가 주선해 주면서 과학인재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2012년 7월 25일까지 7회에 걸쳐 시행된 천인계획을 통해 모두 2263명의 해외 고급인재들이 중국으로 돌아왔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최근 ‘만인계획’까지 내놓았다. 2012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천명했으며 천인계획보다 더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만인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10년간 인재를 3가지 등급으로 나눠 총 1만명의 우수 인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선발된 우수 인재들에게 일인당 100만 위안 이하의 특별지원금을 지원하고 연구의 자율성도 보장한다. 지난 2013년에는 걸출인재 6명, 과학기술혁신인솔인재 72명, 청년우수인재 199명으로 총 277명의 첫 번째 명단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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