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 197개교 중 사립대 156개... 법인이사회 권한 집중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사학 비율이 가장 높다. 2011년  설립·운영 주체를 기준으로 국·공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20.7%, 사립대 비율은 79.3%에 달한다. 2006년에는 사립대 학생이 전체 대학생의 77.8%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75.9%)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국·공립대 학생의 비율이 71.9%에 달했다.

양적인 면에서도 대한민국은 사립대 중심의 구조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4년제 대학 197개교 가운데 사립대가 156개교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버넌스로 인한 논란들은 오랫동안 불거져왔다. 재단과 이사회가 전권을 행사해 총장을 선출하는 구조에 대한 반발과 어려운 재정을 타개하려다 맞는 기업화 현상이 대표적이다.

마땅한 권한이냐 과도한 독점이냐 = ‘오너’가 없는 사립대의 거버넌스는 법인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이사회를 장악하는 순간 대학의 전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다. 연세대도 사유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연세대 명예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역시 2011년에  연세대를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사립대 거버넌스 장악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연세대 교수와 학생, 교직원 300여 명은 18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총장 선출방식 변경을 결정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17대 총장을 선출할 때 사용한 ‘총장인준제도’를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폐기하려 한다는 것이다.

총장 인준제는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가 추천한 복수 후보 중 한 명을 이사회가 지명하면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교평)가 투표로 인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인준된 후보자에 대해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는 제도로 총장 직선제와 간선제가 혼합된 방식이다.

구성원들은 이사회가 인준 절차를 폐기하면 이사장 퇴진과 이사진 개혁운동을 벌이겠다고 결의하며 반발을 이어갔다. ‘총장 선출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맞서던 이사회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사회는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후보로 추천받은 각 인물의 자료를 요약, 교평에 전달하고 해당 후보가 총장 직무 수행에 적격인 인물인지 전체 교수의 의견을 모으는 방식을 제안했다. 재적 교수의 과반으로부터 총장 직무수행에 부적격하다는 평가를 받은 후보는 총장으로 선임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후보에 대한 선호도나 순위 조사 등 '투표 행위'로 여겨질 수 있는 방식은 배제해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일부 오너대학들 역시 사학부정과 비리를 둘러싼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실대학 선정이후 학내 분규가 심화된 청주대는 당시 총장이자 설립자의 아들인 김윤배 전 총장의 사퇴 이후로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입학 등 각종 비리의혹으로 학교에서 물러났던 김문기 전 총장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다시 상지대 총장과 이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교육부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권 성향에 따라 종전재단과 구성원간 조정 역시 일관되지 못해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오명을 얻은 지 오래다.

이사회가 총장 선출권을 비롯해 사립대 운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 16조는 이사회의 기능으로 임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정관 변경, 학교법인의 합병 또는 해산 등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했다. 동법 제53조는 학교의 장을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면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총장선출절차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사립학교법에 따라 각 대학이 사정에 맞게 운용하도록 돼 있다.

이사회에 힘이 쏠린 사립대 거버넌스에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임재홍 방통대 법학과 교수는 ‘사립대학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사립대학에서도 고등교육의 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수단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 교수는 “사립대의 자율적 구조개선에 의한 국・공립화 방안이나 정부책임형 사립대의 지정과 규율을 위한 내용등을 포함한 사립대 구조개선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비리사학의 경우 국・공립화 혹은 정부책임형 사립대로의 전환 규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된 학문의 전당 = 대학의 기업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지난 1996년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은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하며, 대학에 공을 들였다. 기업의 대학인수가 아니더라도 현재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

대기업이 학생식당을 장악한 것은 물론 브랜드 커피 전문점부터 대형 쇼핑몰까지 상업시설이 학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구내서점도 교보, 영풍 등 대형서점에 내준지 오래다.

대학은 대학대로 기업화에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인구감소로 2023년까지 정원 16만 명이 줄어 들게 된 상황에서 수익 창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사실상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처럼 수익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학의 기업화에 따라 사립대는 ‘수익’과 ‘실용’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거버넌스 역시 학문의 전당이라는 가치를 내던지고 이익창출을 위해 몰두한다. 취업률이 낮아 정부의 대학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들을 통폐합한다. 경영 계열 학과가 99년에 비해 51.1%(9,406명) 급증했지만,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기초과학 입학정원은 각각 11.5%, 5.1% 줄었다. 대학 교수에 대한 평가는 교수의 연봉으로 연결되고 대학 내 교원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된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기업화된 대학일수록 학내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심각하게 붕괴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대학학회가 지난 6월 개최한 ‘대학거버넌스 위기와 대학총장의 위상’ 토론회에서도 “대학을 인수한 재벌기업들은 대학을 자율적인 학문공동체로 보지 않는다. 기업경영적 관점에서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대학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수익 창출에만 집중한다”라며 “이들이 운영하는 대학은 구성원들의 자율과 자치에 의해 운영되는 민주적 조직이 아닌 위계적이고 관료적인 조직”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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