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원(본지 논설위원/인제대 교수)

대학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대학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최근 우리나라 대학은 국내외적 고등교육환경 변화와 위기에 직면해서, 올바른 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발전방향을 설정하고 매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놓이게 됐다. 최근 심각하게 불거져 나온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기능적 갈등, 수도권과 지방대학간 위기의식의 간극, 중소규모와 대규모 대학간 운영상의 관점차, 국공립과 사립 대학간 이해관계의 상충, 특수목적대와 일반대학간 경쟁력 시각차, 교양교육과 전공교육간 강조 논리의 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학의 교육서비스 질 쟁점, 정부차원의 관리감독 강화에 따른 대학의 자율 범위와 한계 문제 등은 모두 대학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주요 현안들이다.

첫째,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은 이제 명칭부터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가운데 전문대학에서 전통적으로 개설해 온 전문기능중심 학과가 4년제 대학에서도 개설되어 온지 이미 오래다. 전문대학도 위기 도래에 따른 생존의 일환으로 수업연한을 4년제와 거의 다름없는 형태로 법제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 양상이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비춰지고 있는 점이다. 고등교육체제 전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방향 정립과 대학교육 정체성 확립에 우선적으로 천착해야 할 일이다.

둘째, 대학교육의 결과로 나타나는 학생취업의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대학을 마치 취업의 모든 수단과 도구인 양 취급하고,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대학에 실용과 취업을 강요하는 발상은 대학의 정체성을 혼란에 빠뜨리는 원인이 된다. 또한, 장기적 차원에서 대학이 무엇을 추구해야 바람직한가에 대한 좌표를 상실케 한다. 특히 대학에서 이루어져야 할 기초학문분야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교육과 연구기반을 무너뜨려 결코 국익에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대학의 설립특성에 따라 추구하는 목적과 내용이 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법적 보장을 해 줄 때 대학의 정체성을 올바로 세울 수 있다. 특정대학의 특성화 사례가 몇 년 지나면 보편화되어 명성에 의한 대학 서열이 또다시 고착화되는 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 국공립과 사립대학의 기능적 분화를 통한 긴장된 조화가 보호학문과 실용학문,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등의 균형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설립특성을 무시한 채 모든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줄을 세우고 강요하는 것은 대학의 정체성을 혼미하게 하며,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장애가 될 뿐이다.

넷째, 과학기술과 공학의 발전이 대학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로봇 공학의 발전 속도만 보아도 향후 대학교육의 변화 모습을 예견해 볼 수 있다. 실시간 지식상품화서비스가 생활화 되는 순간 오늘의 대학의 모습은 한순간에 공룡처럼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 기반  미래의 대학 청사진을 창의적으로 선도해가는 역할은 불가능한가도 자문해본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듯, 대학이 무엇이고 대학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너무나도 중요하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의 숙고하는 인간의 모습이야 말로, 대학의 현 모습을 돌이켜 보고 올바른 대학의 정체성을 찾는데 노력을 경주할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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