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 730개 직업 종사자 감정노동 강도 비교, 분석

직업종사자 2만 5550명의 감정노동 강도 비교 분석

#. 전직 모 텔레마케터로 3개월간 근무한 이모(24ㆍ여)씨는 “주어진 절차 등을 무시하고 그냥 무작정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게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주민번호가 필요한 절차에서도 당장 해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고객이 원하는 답변이 안 나오면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니다”라며 심한 욕과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성적 희롱을 하는건 당연사였다. 이씨는 “그렇다고 내가 기분이 나빠서 언성을 높이지 않고 응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국내 730개 직업 종사자 2만 5550명의 감정노동 강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서비스 직업군의 감정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을 하면서 화난 고객을 상대하는 빈도가 높은 직업으로는 텔레마케터가 뽑혔다. 이어 △경찰관 △보건위생 및 환경검사원 △항공기 객실 승무원 등이 꼽혔다.

▲ 감정노동이 많은 직업 상위 20개(출처 : 고용부) 주 1) : 점수는 직업별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 빈도(5점) + 외부 고객 대응 중요도(5점) + 불쾌하거나 화난 고객 대응 빈도(5점)를 합한 수치로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노동이 많은 직업을 의미함

또 주유원, 중독치료사, 치과위생사 등은 고객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 감정노동 강도가 센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대응의 중요성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직업은 중독치료사, 자연환경안내원, 보험대리인 등이었다.

고용정보원은 직업별 감정노동 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직업 종사자들이 일을 할 때 △전화, 대면, 전자메일 등 대인 접촉 빈도 △외부 고객 또는 민원인 대응 중요도 △ 불쾌하거나 화난 사람을 대하는 빈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각종 정신질환을 이유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경우는 지난해 47명에 그쳤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상현 연구위원은 “최근 서비스 관련 직업군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에서 ‘고객만족’이라는 소비문화가 만들어 낸 그늘이 감정노동”이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웃는 낯으로 고객을 대해야만 하는 감정노동 직업인을 위한 관심과 배려, 정책적 지원이나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노동 개혁 과제에도 감정노동자의 산재 인정이 포함된 만큼 올해 말까지 감정노동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법안(근로기준법 등 6건)이 통과되면 사업주는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노동자가 악성 민원을 일삼는 고객을 기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에 대한 상담·치료 지원 등을 이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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