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르치고 취업 책임지는 대학과 교수 돼야“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홍순직 한국생산성본부(이하 KPC) 회장은 민·관·학계를 두루 걸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왔다.

1992년 산업자원부 부이사관을 지낸 후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14년간 삼성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10년부터는 전주비전대학 총장으로 학교를 운영해 오다 지난해 12월 KPC 회장에 선임, 현재 기업 CEO로 재직 중이다.

교육과 기업 및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 해 온 홍 회장은 “KPC가 주축이 돼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실체를 제시해 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KPC 회장 취임 후 1년이 다 돼 간다. 소회는.
“관료주의, 방만 경영, 수동적인 경향으로 비춰지는 공기업들이 많은데 KPC는 1958년 설립된 이후 다양한 것들을 최초로 시도했다. 경영 분야 강의, 컴퓨터, 인터넷 교육 등을 불모지 상태에서 선도적으로 이끌어 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정부보조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으며 공기업에서도 해제됐다. 지난해 일인당 수익은 3억 3000만, 올해는 3억 5000만 원에 연간수입은 1200억 가량이다. 여느 대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본다. 모든 시스템은 성과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직원들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자금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에 딜로이트, 맥킨지 등 유명 컨설팅 기업에서의 인력 이동도 활발하다.”

-대학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이번 겨울에 전문대학 몇 곳과 취업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문대학이나 일반대 나눌 것 없이 중요한 건 바로 취업이다. 어느 부모가 비싼 등록금을 내 자녀들을 가르쳐놓고 취업이 안 돼 집에서 노는 걸 원하겠나. (취업 문제는)대학에 책임이 있다. 학교에서 잘 가르치면 취업이 돼야 한다. ‘취업까지 내 책임이냐’는 보통 교수들의 인식이 문제다. 연구 중심 계열을 제외하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대학에서 시켰다면 취업은 당연히 된다. 학생들 대부분이 대기업 입사를 선호하는 것 또한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 인력 미스매치 문제는 교수들이 학생들의 상담 지도를 통해 개인에 맞는 코치를 하면 해결 가능하다. 대학 교수들이 이런 부분을 게을리 한 탓이라 본다. 과거와 달리 저출산에 저성장 상태인 요즘, 대량 공급이 아닌 맞춤형 교육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경쟁력,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2월 WCC(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World Class College)와 유럽 벤치마킹을 진행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지역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강한 중소기업, 좋은 일자리를 만든 좋은 사례다. 대학 및 지원 기관들의 인재육성, 연구개발 등 협력 기반이 돼야 한다. 독일 대학들의 목표는 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의 R&D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이고 밀접한 협력을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대만 역시 다르지 않다. 대만의 중소기업이 강한 이유가 바로 대학과의 협력에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이 연구, 실습 등의 지원을 통해 기업과 협력한다면 세계적인 히든챔피언 탄생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을 실천하고 기업을 위해 장비,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 하며 함께 개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삼성 출신, 전문대학 총장 등 이력이 화려하다. 대학 밖에서 보이는 고등교육의 한계는.
“(아까 언급했듯)교수들의 자세다. 사회가 대학에 요청하는 기능이 예년과 달라진 지금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이게 바로 창조경제다. 대학 현장에서는 이에 맞춘 강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교수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정부나 대학에서 교수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 국내외로 기업 실습 및 벤치마킹 기회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수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구성원과 기업 구성원 간 차이점은.
“대학 구성원들은 사람을 키우는 일과 제품을 만드는 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업과의 비교가 힘들다고 말하지만, 조직이라는 것은 동일하다. 사람을 어떻게 조직화 하느냐 이 차이만 있다. 기업은 경쟁에서 지면 도태되지만 대학은 법적인 신분 보장이 되며 목적 기여도에 따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한 기업은 구성원과 하나지만 대학은 조직과 교수가 별개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성과 연봉제 도입과 세계적 대학의 유치를 통한 경쟁 유도를 꼽을 수 있겠다.”

-대학 생산성 향상을 위해 KPC가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은. 아이디어 없나.
“생각보다 많은 대학들로부터 컨설팅 제의가 들어왔다. 전 총장 출신이기에 학과, 폐과 교수 구조조정, 특성화 방안 등 컨설팅 경험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삼성의 경영적 요소로 살피면 대학 내 낭비가 굉장히 크다. 학과별로 조교가 필요한가, 기자재도 과 단위로 필요치 않다. 미국 대학에 학부 자체가 없는 것처럼 과를 학부로 통합하면 학생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요즘은 융‧복합 과정으로 과목별 경계선 또한 없어지는 추세다. 경쟁력 없는 학과는 폐과하는 대신 해당 교수가 전과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해 줘야 한다. Human Relation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어떻게 보나.
“교육부가 본질적으로 국 단위로 대학 평가의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평가에 기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성능, 품질 등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상품 평가와는 다르다. 지식의 전당을 평가하는 건 만만치 않으며 한계가 있다. 평가 잣대를 달리하면 결과 또한 상이하게 나온다. 일시적인 잣대로 해선 안 되며 교육개발연구원이 근본 목적에 맞춰 평가해야 한다. 서울, 지방 교수들이 각각 타 지역 평가위원으로 가서 하는 게 말이 되나. 교수들은 자기 전공 분야의 전문가이지 만능은 아니다.”

-KPC 운영 방안 및 목표가 궁금하다.
“역사는 끊을 수 없다. 농업에서 산업화로, 정보화로 나아간 것처럼 향후 고객맞춤형 제조업 육성에 KPC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한다. 지금의 국내 경제는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노동력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부활이 당면 과제다. 위기 극복의 대안인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아갈 것이며, 시스템이 인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주도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KPC를 글로벌 기관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다양한 노하우와 솔루션, 우수 인력 등에 기반해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컨설팅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나아가 미국, 유럽 무대까지도 진출할 수 있길 바란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양지원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홍순직 회장은...
동국대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인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전 상공부 행정사무관으로 입사해 산업자원부 서기관, 부이사관 등을 거쳤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삼성SDI 부사장, 삼성미래전략위원회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전주비전대학 총장으로 취임해 대학을 운영해 오다 지난해 12월 KPC 회장에 선임돼 기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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