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著 <위험한 철학책>

"소나 돼지는 죽이면서 왜 사람은 죽이면 안되는가? 외모나 인종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되면서 왜 지적능력이나 실력으로 차별하는 것은 용인되는가? 사람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죽음은 꼭 나쁜가?"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철학자들은 사고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리고 결론이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해도 그것이 오로지 이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그 생각들은 위험하기 까지 하다. 내일도 해가 뜰지 알 수 없다거나 착한 것도 운이라거나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극도로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자의 주장도 처음 나왔을 때는 별났을 뿐만 아니라 위험했다.

연쇄살인마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들도 있다.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 까닭은 그의 성장배경에 있을테고 그 성장배경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죄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환경에 있다고 해서 범죄는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그 말고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 격리조치만 하면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책은 '철학자들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 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철학 이론은 어떤 자연적이 사실과의 대조로 그 이론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진리나 정설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따라서 철학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이 맞는 말인지 알 수도 없고 맞고 안맞고는 중요하지도 않다. 단지 철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주장에 이르는 사고 과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최훈 교수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호주 멜번대, 캐나다 위니펙대, 미국 마이애미대 등에서 방문연구를 한 바 있다. 현재 강원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양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철학자들처럼 이성이 이끄는 대로 생각하다 보면 철학자들이 내놓은 생각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다면 철학자들의 사고의 과정을 책에서처럼 따라가보자.(바다출판사, 1만5000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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