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위원/단국대 교수/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집행위원장)

연금 개혁, 대학구조조정 등 심각한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OECD 국가 중 최저라는 출산율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700년 후에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하면 집에도 보내주고 훈련도 면제해 주곤 했는데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선수, 프로골프의 박인비, 김효주, 전인지선수, 배구의 김연경선수, 리듬체조의 손연재선수,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선수 이름만 들어도 미소가 돌게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장부들이다. 그들을 역할 모델로 후속 세대가 줄을 잇고 있고, 그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한국의 스포츠를 여성이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건강과 외모 관리를 위해 많은 중, 장년 여성들이 운동에 몰입하는 모습은 이런 생각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

그런데 조금만 속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청년기 여성의 운동 비율은 거의 공갈빵 수준이다. 국민 체육활동 참가 실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중년에 이르러 비로소 규칙적인 운동에 열중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그 이전에는  거의 운동하지 않는 비율이 70%에 이를 정도다. 특히 여자 대학생들의 신체활동은 완전 사각지대에 있다. 대학교수들이나 교육부, 문체부의 관료들 대부분은 여학생들의 신체활동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 학생들이야 당연히 취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른들마저도 오로지 현실적인 취업만을 중요시 할 뿐이다. 초중등 학교에서는 비록 적은 시수이지만 주당 1~3회 정도 체육시간을 부여하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규칙적인 운동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그마저도 체육 강좌가 교양 선택 강좌로 개설되어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신체활동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돼 있다. 취업 준비와 빡빡한 집안 형편으로 인해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비는 시간을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한 상황은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남자 대학생들은 그래도 틈을 내 자발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 편견이 사라진 듯해도 여전히 외모나 여성다움을 교묘히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여대생들의 운동 환경은 그야말로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형편이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은 각 급 학교의 태동을 가속화했다. 학교는 궁극적으로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식민 지배가 정당화 되던 당시 체육 교과가 교육과정에 선택된 중요한 이유는 건강한 국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국가적 요구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닐지라도 부국건민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고 정부 정책의 시발점일 수밖에 없다. 건강한 국민 출산과 양성에 건강한 모성이 우선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여성 개인의 행복은 물론, 이런 견지에서 여대생들의 건강을 담보하는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은 어떻게든 보호되고 장려돼야 한다.

소위 극성스런 여대생들 때문에 그나마 몇 개 종목에서 대내, 대학 간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너무도 기특하게 그들은 자신들, 혹은 일부 체육단체가 지원한 경기대회를 통해 여가와 경쟁을 즐기고 동료를 만나고 있다. 여전한 여성의 신체활동 기피 풍조를 감안할 때 여대생들에게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실상 그것이 어려운 만큼 대학은 과외활동으로서 기존, 혹은 신규 종목의 대내경기를 확산하면 좋겠다. 그리고 교육부와 문체부는 다양한 종목의 대학교 간 경기를 과감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평가도 좋고 구조개혁평가도 좋지만 국가의 미래 백년을 위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가끔은 우리 모두 심각히 그리고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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