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처신 떠나 개혁성 상처 땐 차질 우려.

취임사에서부터 돌출 발언으로 주목됐던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언행이 1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계기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됐다. 이른바 신고식을 겸해 열린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교육부가 현안으로 상정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정착과 △WTO 교육서비스 협상 △대입제도 여건 조성방안 등 3가지가 주 의제였으나, 사실상 윤부총리의 개인 행적과 발언은 물론 장관으로서의 교육철학과 전문성 시비로까지 이어져 인사 청문회장을 연상케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놓고 교육계에서는 “윤부총리의 돌출 발언에 국회가 재갈을 물리게 됐다”면서도 개혁성향을 가진 윤부총리가 자칫 과거 관료들처럼 위축돼 개혁적인 정책을 펴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여 대조됐다. ◇ 부총리 행적과 언행 공방 : 이날 회의 분위기는 윤영탁 교육위원장이 인사말에서 "윤 부총리가 개인적 수준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발표, 파장이 확산되고 많은 교육관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신중한 언행을 당부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은 “취임 이후 튀는 정책을 10가지도 넘게 발표했는데 대입제도 개선이나 학제개편, NEIS 등 여론수렴과 많은 연구가 필요한 어려운 문제에 대해 부총리가 사견을 말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신이 아니냐"고 따졌고, 같은 당 윤경식 의원은 대구대 해직 사유를 묻고는 "부총리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자주 바꿔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은 윤부총리의 병역 문제까지 질문하며 “국회에 와서 처음 하는 인사말을 교육부 관료들이 써 준대로 읽으면서도 뺑뺑이를 돌리지 말라고 한다면 되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박창달 의원은 윤 부총리의 ‘서울대 공익법인화’ 발언이 노대통령의 ‘서울대 폐지론’과 맥을 같이하느냐”며 대구대 총장 사직 여부를 묻기도 했다. 윤부총리의 행적에 대한 지적은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여서 최영희 의원은 “대입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좀더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으며, 김경천 의원도 "부총리의 개인 의견 발언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우려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윤 부총리는 "교육부총리라는 공인의 신분에 아직 잘맞지 않아서 혼란이 있었는데 앞으로 신중하게 하겠다"고 거듭 해명해야 했다. 이날 분위기는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윤부총리의 교육철학은 물론 전문성이나 개혁에 대한 소신으로까지 확대돼 보는 이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 교육 철학과 전문성 시비 : 포문을 연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NEIS와관련, “2천37만명에 이르는 D/B 망을 구축하면서도 무슨 이유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정말 비교육적 마인드를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 윤부총리 견해를 꼬집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은 대입제도 정착을 언급한 교육부 업무보고가 국어문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가뜩이나 대입제도 문제로 국민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판에 불분명한 업무보고를 내는 것도 문제 ”라고 지적, 앞으로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부총리 답변을 듣기도 했다.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은 윤 부총리의 학제 개편 발언을 의식, “미국과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학제가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묻고 교수와 장관의 차이는 무엇인지, 개혁성과 전문성 중 어느 부분에 더 의존해야 하는지 따지기도 했다. 현의원은 더 나아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향후 장관의 정책 방향을 구속하느냐”고 묻고 교수회의 법제화나 전교조에 대한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황우려 의원은 “윤부총리 발언이 과격하고 준비되지 못해 불안하다“며 교육철학은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기다리면 장관으로서 책임있는 답변을 할 것인지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윤부총리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추가 발언을 신청한 김정숙의원으부터 터져 나왔다. 김의원은 윤부총리 취임사를 거론하며, “돈 받고 교수를 임용하는 재단이사장이 있다는데 누구이며, 만일 안다면 장관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밝히라”며 “교육부 관료 무용론도 주장했는데 근거는 무엇이며, 무능한 관료들이 있다면 임기 중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밝혀달라”고 종용했다. 김의원은 급기야 “교육부총리 자리는 전문성도 필요하고, 부처 장악 능력도 필요한만큼 교육부를 빨리 장악하던지, 다른 결심을 하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윤영탁 위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 교육계 주변 시각 : 이날 회의는 그러나 의원들의 일방적인 질책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윤부총리는 자신의 언행이나 처신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평소 생각을 담담하게 밝히기도 했다. 윤부총리는 사립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경쟁과 자율체제가 필요하며, 정부가 지원금을 배정해 지원할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교육부 기능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나 조정 협의 문제는 28일 예정된 대통령 업무 보고 후 구체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수회의 법제화나 인수위 정책과제에 대해서도 “구속력은 없지만 이 정도 개혁 과제는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혀 야당 의원들과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이날 회의를 놓고 예견된 결과란 반응과 우려의 모습을 동시에 보이기도했다. 예견된 결과란 입장은 우선 교육위에 소속된 의원들 여러명이 이미 교육부총리 물망에 오를만큼 경력이나 전문성이 검증돼 있어 관료사회나 정치권에 익숙하지 않은 윤 부총리가 처음부터 상대하기는 버거웠다는 것. 교육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정책 검토도 미비한 사항을 두서없이 발언한데 대한 당연한 신고식이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상당기간 윤부총리 발언을 듣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우려하는 시각은 윤부총리가 초기에 너무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윤부총리가 설익은 정책을 쏟아놓은 감은 있지만 개혁 성향의 인사라는 점에 많은 교육 단체들이 기대하는 만큼 소신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혀, 윤부총리의 국회 교육위원회 신고식이 자칫 교육개혁의지를 꺾는 결과로 나타날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윤부총리가 언행을 삼가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를 풀고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부총리로 기록되기를 기대하는데 교육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교육부, 교육시장 개방 속수무책] [관련기사 : 윤 부총리, “교육개방 문제 더 검토”] [관련기사 : “윤 부총리 교육개방 불가 입장 밝혀야”] [관련기사 : 서강대 교비 유용의혹, 감사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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