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문제와 직업교육 영역 침해 제기...전문대 말살정책 주장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전문대학들이 일반대의 평생교육단과대학 개설 추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일반대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공청회는 지난 21일 충남대에 이어 27일 연세대에서 개최됐다.

전문대학에서 이 사업 운영에 대해 엇갈린 시선 제기를 하는 부분은 다름아닌 형평성 문제에 있다.

평생교육단과대학의 경우 내년부터 4년제 대학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우수 대학 10곳 내외를 선도대학으로 선정해 학위과정, 학점과정, 비학위과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출범한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Ⅳ유형인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와 중첩된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6월 2014년 계속 지원 대학 8곳인 △가톨릭상지대학 △군장대학 △동원과학기술대학 △목포과학대학 △서라벌대학 △송호대학 △창원문성대학 △충청대학에 이어 송곡대학과 호산대학 등 2개 전문대학을 신규로 선정해 재직자 직무역량 강화와 중도퇴직자 등의 재취업 등 성인학습자 대상 후진학 지원 활성화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평생교육단과대학 공청회가 2회차까지 완료된 가운데, 전문대학에서 예민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 사업의 정원정책이 정원 내 범위에서 운용되지 않을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대학은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Ⅳ유형에 선정되기 위해 정원의 30~50%까지 감축했다. 전문대학가는 일반대가 전문대학만큼의 정원 감축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교육부가 (4년제의)정원감축을 일정부분 유도하는 것이 형평성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하나 전문대학가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평생교육단과대학 대상자 문제다. 학위과정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 산업체 3년 이상 재직자 또는 25세 이상 중 3년 이상 재직자가 그 대상인데 이는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영역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전문대학이 이들 대상자의 후진학 연계를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학벌사회 풍토를 능력중심사회로 전환하고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 평생교육시스템이 강조돼야 한다는 지론이다.

장호익 동원과학기술대학 총장은 “전문대학에서도 특성화 사업을 선진국형 시범모델로 예상했고 이를 살려내기 위해 30% 이상의 정원감축을 이뤘다”라며 “직업교육을 강조하고 전문대학 육성 방안을 내놓고 있는 판국에 이 같은 사업 추진은 (전문대학들에)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이어 “직업교육이 필요하다면 전문대학에서 지원하는 게 맞다”며 “일반대에서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일정 부분 들긴 하다”고 덧붙였다.

김재홍 서라벌대학 총장은 “4년제에서 이 사업을 운영한다 해서 막을 수도 없을 뿐더러 추이를 지켜보면 불가피하다”면서 “서로 간에 벽을 허물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교육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김 총장은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Ⅳ유형에 선정된 대학들 중 수도권에 위치한 학교가 없는데, 지역적인 차별성은 배제하고 대학별로 경쟁력을 가진 기존 학과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단위로 전문화된 콘텐츠 위주로 순수하게 프로그램 경쟁으로 나가야 한다”며 “비학위 프로그램을 가지고 해외 수출을 생각하고 있는 전문대학도 있다. (4년제와 전문대학 간)경계를 허물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현 호산대학 부총장은 “교육부가 조율하겠지만 평생교육단과대학 운영이 빛을 발하려면 소위 말하는 메이저급 대학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다만 직업교육 수요가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4년제 대학의 연구 중심 영역과 우리 전문대학과는 분리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부총장은 “재직자 특별전형과 같은 트랙은 지금처럼 4년제에서 해 나가면서 평생교육단과대학은 인문, 사회 전공이나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성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재석 특성화전문대학발전협의회 회장은 “이 사업은 전문대학에 불공평하며 전문대학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문대학이 설 땅이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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