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동상이몽’ 교육부 재정지원연계에 ‘직선제’ 전환 난항

직선제 ‘순항’ 대학도 향후 교육부와 갈등 예고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송보배 기자] 국립대의 총장선거 ‘직선제’ 회복 움직임이 안갯속이다. ‘대학 민주화’를 부르짖은 부산대 고(故) 고현철 교수 투신에서 거듭 촉발된 총장선거 직선제 움직임이 간선제를 유지하려는 대학본부와 갈등을 겪으면서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총장선출방식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학본부가 ‘간선제’를 선뜻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로 선거를 무사히 치른다고 해도 교육부의 ‘임용제청 단계’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산대·강원대 선거 순항, 정부 임용제청은 ‘미지수’ = 부산대는 오는 17일 직선제 방식으로 총장선거를 실시하기로 발표하면서 직선제 회복 움직임에 스타트를 끊었다. 이로써 39개 국립대 중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이 됐다.

부산대는 지난 달 26일 이미 학내외 위원 25명으로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산 금정구선거관리위원회와 위탁선거 협약을 체결, 2,3일 이틀간 총장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4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임용제청 절차를 순탄하게 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교육부는 간선제로 전환해 선출한 일부 국립대 총장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을 거부한 바 있고, 순천대의 경우는 2순위 후보자를 임용제청하기도 해 부산대 총장선거 이후의 상황도 난항이 예상된다.

신승호 총장이 대학구조개혁평과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원대도 직선제 방식으로 회귀가 결정됐다. 최근 강원대는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한수)를 주축으로 지난 달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투표를 통해 ‘직선제’ 회귀를 결정하고, 곧바로 학칙을 개정, 선거관리단을 구성해 신임 총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직선제 총장선출 관련 학칙 개정에 시일이 소요돼 오는 15일까지 총장후보자 추천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충남대, 직선제 압도적 찬성에도 간선제 단행…경상대‧한국해양대는 ‘고심’ = 충남대와 경상대는 지난 10월 30일 현재 차기총장선거 방식을 두고, 교수회와 대학본부측간 갈등을 빚고 있다.

충남대는 직선제 회복을 바라는 교수회와 간선제를 고집하는 대학본부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 총장선거를 직선제로 치를 것인가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76.8% 찬성을 얻어 총장선거 ‘직선제’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대학본부 측은 “지난 2012년 다수 구성원 합의에 의해 직선제를 폐기했고, 현 총장 임기에 맞춰 총장선거 프로세서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투표가 시작되기 전날, 이미 대학본부 측은 총장선거 간선제를 실시 관리할 ‘총장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위원장 박길순)’도 출범시켰다.

지난 달 19일에는 현 정상철 총장이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이번 총장선거를 간선제로 치르고, 차차기 총장선거 때 별도 합의된 총장선거방식을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교수회는 “문제 해결을 다음 총장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 달 22일에는 대학 본부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구성에서 일방적으로 교수 비율은 늘리고, 직원비율은 줄여 ‘총장임용후보자선정에관한규정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교수회는 물론 직원사회에서도 총장선거 과정에 따른 불만을 초래하게 됐다.

한국해양대도 지난 9월 14일 교수 71.4% 찬성으로 직선제 전환을 의결했지만, 현재까지 본부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본부 측은 “협의 중이다.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회는 10월 말 직선제추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직선제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상대도 답답한 상황이다. 경상대 교수회는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14일 교수평의원회에서 의결한 ‘총장직선제 규정 및 시행세칙(안)’을 본부가 심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교수사회는 지난 달 8일 83.9%의 압도적 찬성으로 직선제 회복에 뜻을 모았으나 본부는 고심하는 모양새다. 본부 관계자는 지난 달 28일 “ 우리대학은 교육부와 총장직선제 폐지를 위한 MOU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깨뜨릴 수 없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지난 2012년 교육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시행하며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명시한 MOU를 각 대학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MOU를 체결하지 않은 경북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 60억원의 재정지원을 놓쳤다. 결국 대학본부로서는 교육부 눈치와 교수사회 반발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총장선출방식과 재정지원 연계 폐지해야” 교육부 규탄 목소리 높아 = 대학들은 총장선출방식은 구성원이 결정할 권리라며, 교육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총장선출방식과 재정지원을 연계한 교육부의 현행 방식에 대한 규탄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안성진 경상대 교수회장은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권리”라며 “지금까지 교육부에 의해 부당하게 훼손돼 왔기에 이를 회복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교수 표결의 뜻을 받들어 직선제를 관철해 나갈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충렬 충남대 교수협의회장도 “직선제를 묵과하고 간선제를 밀어붙이는, 단순한 지식전달자들에게 배우는 것은 취업학원으로서의 대학에서나 배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장선출방식을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현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지난 9월 조정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국국공립대교수연합회가 국립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한 결과를 보면 총장선출방식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 교수 96.9%가 반대 의견을 표했다. 직선제가 ‘바람직한 총장 선출 방식’이란 응답도 90.4%에 달했다.

지난 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정재룡 수석전문위원은 보고를 통해 “단순히 총장직선제를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비 지원방식에서 배제하는 현재의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으므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들은 향후 직선제 채택으로 인한 재정불이익에 함께 대응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안성진 교수회장은 “앞으로 다른 대학들과도 공동대책을 꾸려야 한다. 현재 다른 교수회와 연합해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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