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설립 정신인 ‘믿음·진리·기술·봉사’ 회복할 것

교육의 본질 개선해 대학의 브랜드 가치 세워나가야
WCC 선정 대학으로서의 글로컬헬스 보건대학 지향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KAIST에서 34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얻게 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입니다. 이공계의 장점인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이용해 전문대학의 위기상황을 면밀히 분석, 구성원들과 함께 극복 방안을 마련해나가겠습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정명진 광주보건대학 새내기 총장이 밝힌 포부다. 전문대학도, 보건계열도 이공계 외길을 걸어온 그에겐 아직 낯설다. 최근 광주보건대학의 눈부신 성과들도 그에겐 부담이다. 그러나 이 대학 이사로 재직하면서 지금의 광주보건대학을 만든 교직원, 동문들의 수고와 눈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그는 광주보건대학의 현재와 미래를 향한 행진을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 취임을 축하드린다. 4년제 대학에만 있다가 전문대학 수장을 맡았는데.
“아직은 용어부터 시작해서 많은 부분들이 생소하다. 전문대학 시스템이나 시행 중인 사업, 잘된 점과 문제점들을 열심히 파악 중이다. 작은 대학이라 그런지 구성원들이 가족 같다. 30여 년간 KAIST 교수로 있으면서 여러 보직을 맡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4년제 대학 교수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이익과 상충이 될 때는 학교 정책에 대해 잘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광주보건대학은 어떤 사안에 있어 ‘뭉치자’ 하면 하나의 기업처럼 딱 뭉치더라.”

- 취임하면서 광주보건대학의 설립 정신인 믿음·진리·기술·봉사 등 네 가지를 강조했는데.
“우리 대학의 교육목표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전문인 양성’이다. 또한 간호보건계열 특성화 대학이기도 하다. 이는 사람을 위하고, 늘 사람을 가까이 접해야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대학의 특성상 기독교 정신인 ‘믿음’, 전문인 양성 측면에서의 ‘진리’와 ‘기술’, ‘사랑’과 ‘봉사’를 강조한 부분이 있다.”

- 규모가 큰 대학이든 작은 대학이든 2018년이 되면 천안권 아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대학사회는 말 그대로 빙하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예견되는 급격한 학령인구감소는 전체 대학사회를 절대위기에 빠뜨리는 강력한 위협요인이다. 과거와 같이 '대학은 절대 안망한다는 대학불사'라는 어리석은 믿음에 매몰되거나 정부의 구조조정, 특성화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녀서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스스로 교육의 본질을 개선하고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가야 된다.”

- 구체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우선 대학 전체적으로는 최적 규모의 경영 전략을 생각 중이다. 가장 적절한 학과의 수, 학생 수, 교수 편제 등을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학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노력을 선제적으로 진행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가장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로 편성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조정이 필요한 분야를 더욱 찾아내 최적화함으로 명실상부한 강소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의 교육기능을 재정립할 것이다. 각 학과마다 취업친화적인 목표로 재구성해 인재양성을 해나갈 방침이다. 우리 대학 학과 대부분은 국가면허증과 연계돼 있다. 여기에 비정규프로그램을 통해 적재적소형 인재, 무결점 인재로 키워나가려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기본적 기능인 교육의 질 확보가 아닐까 한다. 교육의 질 담보 없이는 대학의 브랜드 창출과 이미지 개선은 물론 대학 생존도 어렵다.“

- 특성화 추진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보건계열에 특화된 학과 구성상 우리 대학은 창의성을 갖춘 지역 맞춤형 보건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종 목표를 두고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분야 특화 대학체제개편사업 △NCS 기반 교육운용사업 △교수학습지원사업 △재학생 커리어관리사업 △산학협력과 취·창업지원 사업 등 다섯 가지 세부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이외에도 대학의 강점을 활용한 독창적 프로그램으로 △보건분야 융합교육 △산학공생형 주문식교육 △창의성인증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우리 대학 학과의 대부분이 NCS미적용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화된 직무분석을 기반으로 대학전체의 교육과정을 정부가 지향하는 NCS 기반 교육의 틀로 편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로 내년까지 모든 학과에 NCS 적용을 위한 교육과정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보건계열에서의 주문식교육 도입을 통한 취업의 질 향상도 꾀하고 있다. 이는 과거 공학과 사회실무계열 위주로 운영돼 오던 맞춤형 주문식교육의 영역을 보건계열학과로 확장시켰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 WCC 선정교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을 정의해 달라.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은 최고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그에 걸맞는 △커리큘럼 구성 △교육수행 △각종 지원 등을 통해 최고의 실무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는 것이다. 국제적 수준의 교육 인프라가 완비된 상태에서 국제적 통용성을 가진 교육과정과 그 지원체계를 갖추고 인적자원의 국내·외 교류가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도 WCC 선정 대학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글로컬헬스 보건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보건분야의 미래상황과 수요를 예측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계획수립과 교육을 통해 특화된 글로벌 보건인력을 양성할 것이다. 이로써 해외에서 교육수요자들이 직접 찾아오는 대학을 만들어나가겠다.”

- 대학구조개혁평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연차평가 등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그 비결이 무엇이라 보는가.
“이러한 성과를 거두게 된 요인을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외길 경영이다. 학교명에서 보듯 보건계열의 집중도가 매우 높다. 의료 환경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40여 년 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보건계열학과로 특화해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다른 전문대학들이 백화점식 확장을 할 때도 한눈팔지 않고 전문성에 바탕을 둔 보건계열 비교우위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 집중 투자해왔다.

둘째는 ‘선제적 대응’이다. 대학사회에서 구조개혁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부터 대학의 중장기발전계획과 특성화계획을 동시에 수립해 대학의 생존과 발전방안에 대해 고민해왔다. 또한 대학의 양적 팽창에 주력하던 시기에도 오히려 어느 대학보다 앞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자체 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교육과 대학운영의 내실을 충실하게 다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운영시스템이 훌륭해도 결국 그것을 엮어내는 건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총장 취임 전 이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전체가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는 지에 대해 듣고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보건가족 일체화’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

- 광주보건대학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우리대학은 최근 각종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구조개혁평가 A등급, WCC 선정교 등 브랜드 가치가 있는 대학이다.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 등 외부적인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닥쳐올 고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지금까지 이룬 업적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대학을 이끌어 나가겠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발전시킨 총장, 구성원들을 잘 아우르면서 발전시키는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과거 리더들은 ‘나를 따르라’며 앞장서던 역할이 컸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번트 리더십, 즉 섬김의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정명진 총장은…
1950년생. 광주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전산정보제어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전자전산학과장, BK21 정보기술사업단장 등을 맡았다. 10월 8일 제12대 광주보건대학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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