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후 본지 해외칼럼니스트(미국 미주리대 교수)

국가차원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관련 연구사업을 보면 그 내용 자체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그 결과 및 효과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적지 않은 돈과 인원이 동원된 연구사업에 대해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연구사업의 확대 및 연구를 통한 지식축적은 어렵게 된다. 여기서 평가란 어떤 가시적인 성과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계획한 목표의 달성은 물론 진행과정에서 경험하고 배우게 된 내용까지를 포함한다. 연구의 시작부터 마침까지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는 연구에 들어간 연구비 사용의 효율성을 따짐과 동시에 지속적인 연구비 수혜를 위해 필수적이라 하겠다. 현재 미국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교육 프로젝트는 연구계획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평가와 관련된 내용을 삽입하도록 한다. 필자가 최근에 참여한 미교육부 과제도 그렇고 NSF나 NIH 연구 계획서들은 대부분 프로젝트 평가에 대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즉, 연구자들이 계획하는 일련의 연구활동들의 효과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연구 시작단계에서부터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한 마디로 정부돈으로 실시하는 각종 연구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지양하는 소위 책무성(accountability)차원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말로 기대했던 효과가 생겼는가에 대한 보다 신뢰롭고 타당한 결과해석을 얻고자 하며 나아가 세금을 마련해 준 국민들에게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하려는 생각이다. 결국 공공의 돈이 효과적이고도 의미있게 쓰이도록 하려는 시스템이라 하겠다. 평가계획에 대한 강조는 역사적으로 1965년에 제정된 Elementary and Secondary Education Act (ESEA)로 올라간다. 미국정부는 이 법의 제정을 통해 정부돈으로 실시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정말로 연구계획서에서 밝힌 내용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평가보고서 제출을 명했다. 이는 당시 교육 프로그램의 실시가 적절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상원의 지적에 근거한 것이었다. 케네디 정부는 이런 시각에서 정부차원의 교육 프로젝트에 대해 강제적인 평가업무를 법제화 했다. ESEA법령이 제정된 이후 수 많은 정부용역 프로그램은 평가업무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했고 이는 미국에서 평가업무를 전공하는 사람들과 평가컨설팅 회사가 자라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ESEA법령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때론 귀찮고 성가신 업무로 받아들여 질 수 있으나 장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우선 국민들 앞에 보다 떳떳하게 자신들의 프로그램의 효과를 홍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인 평가업무를 통해 프로그램 개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추가적인 연구비 수혜를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더불어 수 많은 연구계획서를 심사하고 그 중에서 선택된 개발 계획을 지원하는 정부기관들도 자신들만의 판단만이 아닌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다. 특별히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그 효과를 평가받아 타당성을 검증받은 내용에 한해 정부차원의 본격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식의 관행(평가에 터한 지속적인 지원)은 지금도 대다수의 정부 프로젝트 선정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평가 보고서를 읽으며 프로젝트 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통해 정부의 관리들은 더욱더 타당한 준거를 마련할 수 있었고 자신들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교육관련 조치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적절한 평가업무가 병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해를 달리하며 실시되어 온 각종 교육조치들(예: 초등학교 조기입학, 수행평가, 특목고 활성화, 교단선진화 사업 등)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 해당 교육기관의 교원들로부터 냉대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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