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 연계 바람직” 환영에 “급격한 개편 학생 피해” 우려도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이재익 기자] 고려대가 2018년 입시부터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정시모집을 정원의 15%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학가 입시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고려대는 이 같은 입시개편안을 시행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기존 학교장추천전형(16.7%)은 2018학년도부터 고교추천전형(50% 내외)으로 확대된다.

이남호 부총장은 “고교 신뢰를 통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교교육 정상화 취지를 강조했다.

최근 고교교육 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 등 교육부의 기조에 따라 정시모집과 논술전형을 축소하는 추세는 이어져왔지만, 서울 주요대학이 논술전형을 아예 폐지한 것은 드문 일이다. 고려대가 대대적인 입시개편을 감행하면서 정시축소와 논술폐지가 대학가에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의 입시개편은 정원의 75%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서울대의 입시 방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고려대의 입시개편이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권 A사립대 입학팀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고교정상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그동안 고려대가 인문학을 잡고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다른 분야에서도 다른 대학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벌 대학으로 여겨지는 연세대, 성균관대와는 다른 자기들만의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몇몇 대학은 고려대 입시개편 방향을 팔로우 할 것”이라며 대학가에 고려대와 같은 입시개편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대는 고려대의 입시제도 개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고려대의 제도개편은 서울대가 그돋안 행하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가운 것이 있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서울대는 미래사회가 기대하는 인재를 키우는 데에 과거 수능 위주의 성취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량을 봐야 한다.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같은 기준을 두고 장기적으로 연계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시모집인원의 파격적인 축소로 재수생 등 피해자도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고려대는 현재 정원의 25.9%인 983명을 정시모집으로 선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정원의 15%로 축소되면서 약 400명이 줄어든다.

서울 B대학 입학처장은 “입시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어른들이 대학을 서열화해놓고 학생들에게는 한 학기만 삐끗하면 재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가 고려해 봐야 한다. 현 상황에서 재수를 없애는 것이 교육적 미덕이라 할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서울 C대학 입학 관계자도 “고등학교 현장의 실질적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의견수렴과정이 없이 이슈화된 것은 아닌지 조금 우려 된다”며 “나쁘게 보면 패자부활전이 없어지는 것이다. 최고 지성 대학 중 하나인 고려대가 학생들에게서 다른 기회를 빼앗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현재 고려대 정시모집 축소의 원인은 영어절대평가 등 수능의 변별력 약화에 따른 조치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수능의 변별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B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가에서는 수시, 정시, 논술, 특기자 전형이 균형잡힌 현 입학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를 흔들어버리는 게 문제다. 영어절대평가를 통해 변별력을 없애 버리니 정시모집이 흔들리는 것”이라 말했다.

고려대의 한 학생은 “수능이 변별력을 잃어서 배제하는 게 아니라, 수능을 정책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에 변별력을 잃은 것”이라며 “수능의 변별력이 실종되고 대신 변별력을 주는 또 다른 전형을 만드니 사교육은 더 팽창한다. 난장판이 됐다”고 비판했다.

논술전형을 없애는 것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논술전형은 그동안 고교교육 외 별도의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 역시 논술전형을 축소해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서는 논술전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도 팽팽하다.

서울 D대학 입학처장은 “대학 입장에서는 자체 시험을 통해 학생의 실력을 평가하고 싶은데 논술축소를 바라는 교육부 기조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고교교육 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만 보면 사업비가 크지 않지만, 교육부의 다른 사업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B사립대 입학처장은 “창의논술의 방향 자체는 옳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학이 고교의 실질적인 논술교육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교육부가 전형을 얼마나 줄였는지에 대해 평가를 하니 대학들이 논술전형 축소로 가닥이 잡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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