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생각]“가야금, 내 마음이자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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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Jocelyn Clark) 배재대 교수(미디어콘텐츠학과)

 한중일 전통악기 모두에 관심… 가야금은 ‘마음의 악기’
 악기와 노래 ‘병창’ 가사 연구로 하버드 박사학위 취득
 한국문화 전도사 자처, 한중일 전통악기로 해외서 연주
“전통은 경험이 중요, 대학서 다양한 공부할 수 있어야”

▲ 사진제공=포토그래퍼 정수미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대학 중앙도서관에서도, 북촌 한옥마당에서도, 각국의 순회공연에서도 조세린(Jocelyn Clark) 배재대 교수의 가야금 연주는 끊이질 않는다. 팽팽하게 날선 명주 줄에 이미 굳은살이 자리한 가녀린 손가락이 정성스럽지만 날렵하게 춤을 추듯 내려앉는다. 명주 실에 닿은 손놀림이 여간 정성스럽지 않다. 마치 한글자 한글자 정성을 다해 쓰는 ‘필사(筆寫)’를 연상시킬 정도. 필사는 열독 중 열독이다.

가을 햇살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오후. 조세린 배재대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정갈하게 쪽진머리가 여느 한국의 여인들보다도 잘 어울렸다. 파란눈의 미국인 조 교수는 어떻게 한국 가야금을 알게 됐을까. 왜 가야금은 그와 20년 이상 지기(知己)가 돼 있을까.

“17살에 미국 코네티컷 주의 웨슬리안대학에 들어갔어요. 음악인류학이 유명했죠. 워낙 어렸을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 클라리넷, 오보에 등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날 일본 전통악기 고토의 소리를 들었어요. 순간 전율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17살 때 일본에 건너가 전통악기 고토를 배웠고, 이후 20살에는 중국에서 쟁과 서예를 익혔다. 중국의 난징예술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조 교수는 중국에서 들었던 고토, 쟁과 비슷한 한국의 악기를 찾아 미국 웨슬리안대학을 갓 졸업한 22살의 나이로 한국 땅을 밟았다.

“1992년 당시만해도 해외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저에게는 미지의 나라였습니다. 장학금을 수소문 했고, 국립국악원을 알게됐죠. 국립국악원에서도 토요상설무대를 제외하고는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어요. 관중들도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에는 어르신과 일본어로도 소통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젊은층은 전통악기와 거리가 멀었던 거죠.”

가야금 첫 인상은 어땠을까. “일본의 고토, 중국의 쟁보다는 연주하기가 쉽지 않았죠. 손으로 뜯어야 하고요. 피도 많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고토의 매력과 비교도 했어요. 하지만 음악은 마음입니다. 한국인과 소통하고, 음악을 함께 해 나가면서 가야금또한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조 교수는 1992년 이후 이지영 서울대 교수에게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해 지애리, 강정숙 선생을 사사했다. 지성자 선생에게는 가야금산조를, 강은경 선생에게는 가야금병창도 배웠다. 내친김에 하버드대에서 가야금 병창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병창은 악기와 이를 연주하는 이, 둘의 조합입니다.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죠. 아무래도 발음이나 발성 때문에 개인적으로 병창이 쉽지는 않지만 좋아합니다. 박사논문은 병창에서 부르는 가사와 관련해 썼습니다. 병창 문학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까요. 구절돼 내려온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것인데, 아무래도 판소리 등이 서민층은 물론 양반층까지 향유하게 되면서 뜻모를 한자어가 많이 섞이게 됐습니다. 구전돼 오면서 많은 변형을 겪었죠. 서민층 사이에 마치 ‘랩(rap)’처럼 구전돼 오던 것을 양반층이 받아적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라 생각합니다.”

조 교수는 세계 속의 한국 전통음악 알리기에도 나섰다. 한국의 가야금, 일본의 고토, 중국의 쟁 등 다국적 혼성그룹인 ‘크로스사운드’를 결성해 현재까지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했을 때도 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념 공연을 개최했다고 했다.

“삼국의 전통악기를 가지고 현대음악을 연주해요. 고유의 전통악기와 연주자의 정서가 합쳐져5~6개국 음악이 혼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음악은 그 나라의 정서를 담고 있으니까요. 항상 새로운 음악에 도전해 연주한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지만, 3국 전통악기의 호흡이 다르다는 것이 좀 힘들죠.(웃음) 연주하는 방법도 각기 다른데, 손으로 뜯어야 하는 가야금이 가장 느리게 출발합니다.”

힘들지만 계속 진행된다고 했다. 어릴 적 전율을 경험하고는 낯선 곳에 주저없이 뛰어들었던 조 교수는 현재 한국의 대학교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995년 서편제가 나왔을 때 전통문화 붐이 일었던 것과 같이, 우리 젊은이들은 결코 한국의 전통문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모르는 거죠. 정책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니 그 붐은 벌써 사그라지고 없습니다. 지금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서편제 이후에 태어난 세대죠. 이들에게 전통문화는 ‘경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처럼 대학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문학, 음악, 철학, 미술, 역사, 언어 등 모두들 경험해 봐야 하죠. 이렇게 넓고 큰 학문을 여기서 공부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디서 공부하죠? 학생들이 꿈을 잊으면 미래 희망도 잊혀지는 겁니다. 여기는 小학이 아니라 大학이지 않습니까. 꿈을 크게 키우는 곳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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