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업무보고 통해 구체화, 대학가 촉각

‘모든 대학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 구조 조정이 새 정부 교육정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배경과 실효성을 놓고 대학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본지 451호 참조> 이는 교육부가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교육정책 의지가 직격탄이 됐지만, 학생수 감소 시대에도 성장 지상주의와 백화점식 학과 나열로 경쟁력을 깎아먹은 대학들로서는 ‘올 것이 왔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과란 지적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의지와는 달리 구성원 갈등이나 제도 미흡으로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아 체계적인 접근을 당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 배경 : 교육부는 지난 9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대학간 M&A 등 특성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경영능력이 없는 대학에 대해서는 퇴출 경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대학이 원할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는 설명을 달았지만 가능성이 없는 대학이나 특성화 없이는 더 이상 지원 명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방법과 절차는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경영능력이 없는 대학까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도입은 좀 더 연구할 사항이지만 중등법인의 경우 이미 사립학교법에 한시적인 해산 제도를 명시해 운영하는 만큼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논란 : 찬반이 엇갈리지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해주 진주산업대 총장은 지난 9일 열린 대교협 원탁회의에서 “경북이나 호남지역 대학들은 학생 모집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학들이 저마다 시장 수요에 맞게 스스로 특성화하려는 노력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 강영철 논설위원은 “모든 대학을 살리는 식의 논의는 곤란하다”며 “대학간 M&A 활성화 전략을 위해 대학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강릉대 이철 기획처장은 “대학간에 단순한 통폐합만으로 체질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인력조정 등 방만한 조직을 조정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봉섭 한국대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특히 “학과별 인원이나 기구조정 등은 법인 의지가 중요한데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간 통합이 될 수 있겠느냐”며 “현 제도에서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전망 : 법인 해산이나 통폐합에 따른 제도 도입 등 세부안이 마련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교육부도 아직은 방향만 정해놓았을 뿐 밀어부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원찬 대학행정지원과장은 “대학간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은 이미 정책 방향으로 정해졌지만 물리적으로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며 “법인 해산이나 구조조정 펀드 구성 등도 적법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 만큼 당분간 자구노력을 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간 통폐합에 앞서 국립과 사립간의 역할 분담이나 권역별 육성 방향이 어떻게 가닥을 잡느냐도 관건이다. 동문이나 교수 등 구성원들의 저항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행법으로는 통폐합이나 해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학법인 이사장들을 설득할 명분도 약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대로는 경쟁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대학가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대학가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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