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패러다임 바꾸는 이러닝 학습법…규제 완화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이한빛 기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다.  유학을 가지 않아도 외국어로 학습이 가능하다. 무거운 교과서 대신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 수도 있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학생 간 교류가 넓어진다. 이러닝(e-Learning)이 교육의 패더라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꼽히는 이유다. 

이러닝(e-Learning)은 최근 10년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고등 교육에서도 이러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말 이러닝의 도입과 함께 일부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도입했다. 이후 대학 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온라인 강의 개설과 학점 교류를 이어갔다. 
 
1997년 교육부가 진행한 ‘가상대학프로그램 시범학교사업’을 통해 65개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개설하고 운영했다. 이는 대학 내 이러닝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02년에 대학이러닝지원센터 구축사업이 이어졌다. 일반대학에서의 이러닝 활용에 대한 법적 인정이 이뤄지는 등 현재 대학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이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 지식만을 전달하던 기존 인터넷 강의와는 달리 플립러닝 등은 오프라인 토론이 중요하다. 카이스트 이태억 교수는 "플립 러닝을 통해 학습을 하거나 문제를 풀면서 학습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 카이스트 이태억 교수)
 
■ 교육의 주도권 ‘교수에서 학생에게’ = 최근 대학가에서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거꾸로 학습)’,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등 이러닝을 활용한 수업방식이 변화되고 있다. 
 
플립 러닝은 미리 동영상으로 혼자 공부를 하고, 교실에서는 실습과 토론을 통해 복습해 거꾸로 학습법이라고도 불린다. 블렌디드 러닝은 전통적인 면대면 방식과 정보통신 활용 학습방식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매체 통합 또는 상호작용 전략을 학습자의 요구와 학습 유형에 적합하게 구성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오프라인 강의를 결합해 발표와 토론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학습법은 카이스트,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지식을 배우는 곳이었던 학교가 지식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곳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카이스트는 2012년부터 ‘에듀케이션 3.0’을 도입했다. 학생은 교수의 동영상 강의를 미리 보고 수업은 팀별 토론, 조별 발표로 진행된다.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역시 지난학기부터 플립러닝 방식을 도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2012년부터 외부 동영상을 활용한 온라인 강의를 한다. e-에듀케이션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교수가 학습관리시스템에 강의 자료를 미리 올려놓고 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수업 전에 과제를 제출하거나 수업준비를 하는 등 플립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식만을 전달했던 기존의 인터넷 강의와는 달리 플립 러닝 등은 오프라인 토론이 중요하다. 강의실의 주도권이 교수가 아닌 학생에게 넘어간 것이다.
 
김규태 고려대 교수는 “학습자인 학생이 중심이 되는 동시에 교수가 되기도 한다. 이러닝을 사용하는 교수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공부의 결합은 강의실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라고 말했다. 
 
이태억 카이스트 교수 역시 이러닝을 통해 학습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플립 러닝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형태를 갖춘다. 팀 학습을 하거나 문제를 풀면서 학습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라며 “지금까지 교수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칭 전달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또는 친구들과 의논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인 교육기업 블랙보드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이러닝 부사장인 앨런 크리스티(Allen Christie)는 학습자 중심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달 28일 고려대에서 열린 ‘블랙보드 티칭&러닝 포럼’에서 “학생들은 면대면 교육을 넘어서 하이브리드, 온라인 교육에 익숙해지고 있다. 학습자가 새로운 학습경험을 하게 될 때, 중요한 것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닝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주인의식을 갖게한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수업방식은 학습 효과 역시 상당하다. 미국 행동과학연구소에 따르면 학습 후 24시간 뒤 기억에 남는 비율이 일방적 수업은 5%에 불과했지만, 토론(50%)과 체험·실습(75%) 등 참여형 학습의 효과는 뛰어났다. 
 
이 교수는 “학습효과 측면에서도 교수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학습자가 주도하는 이러닝이 더 좋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배운 것을 체계화 구조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교수학습법의 최종 목표는 수업을 강의실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의 내용을 강의실 밖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플립 러닝, 협력학습, 공유학습 등은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 
 
▲ 지난달 28일 고려대에서 열린 '블랙보드 티칭&러닝 포럼'에서 블랙보드 아·태지역 이러닝 부사장인 앨런 크리스티(Allen Christie)는 “이러닝의 학습자 중심 교육은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주인의식을 갖게한다”며 학습자 중심교육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 블랙보드)
‘수업의 질, 이러닝 관련 규제 해결도 필요해’ = 새로운 교육의 도입이 강의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동기와 수업참여, 학습 효과 등이 나아지려면 꾸준한 변화와 시도가 필요하다. ‘웹, 동영상 플랫폼 등 기술적 발전’의 변화뿐만 아니라 학습의 주체가 되는 학생과 교수의 변화 등 교육 주체들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 
 
교육의 질 또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닝 수업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교과특성, 교수자특성, 학습자 특성 등에 따라 수업과정에서의 학업성취 결과는 어떠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박종선 서울사이버대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열린 ‘원격평생학습 확장의 의미와 도전’이라는 포럼에서 이러닝의 질 관리에 대해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러닝을 사용하는 만큼 그에 따른 질 관리가 중요하다. 보다 전문적으로 교과 특성과 교수자, 학습자 특성에 맞춰 다각도로 수업을 살펴봐야 한다”라며 “강의평가와 수업활동 모니터링을 통해 질을 관리해야 한다. 학습촉진, 과제관리, 상호작용, 학습평가 등 평가를 세분화해 꾸준히 수업의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닝을 수업에 적용할 때 규제가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규태 고려대 교수는 “현재 이러닝 관련 학점을 인정받으려면 관련된 주제로 25분 이상을 다뤄야 한다. 이런 점이 다 규제가 되는 것”이라며 “학생이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평균 15분이다. 이를 고려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2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으면 수업의 질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태억 카이스트 교수는 “수업의 기준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교육을 수업시간으로 인정하느냐, 오프라인 수업시간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등을 규정하거나 강제하면 안 된다”라며 “대학은 학사부분을 여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다. 다양한 수업방식과 변화를 꾀하려면 규제보다는 자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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