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훈련기관 전환 유도 방침에 강제성 우려

[한국대학신문 대학팀]지난 13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하위대학에 대한 1차 컨설팅이 시작된 가운데, 하위대학을 직업교육훈련기관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의 대학규제혁신 방안이 발표되자 컨설팅 대상 대학 66개교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E등급 대학들이 대학이기를 포기해야 할 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교육부의 맞춤형 컨설팅 추진계획안을 살펴보면 컨설팅은 대학 등급과 약점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컨설팅이 진행된다. 컨설팅팀 역시 지역과 유형에 따라 그룹을 나눌 예정이다. D등급 53개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담당했던 교육부 대학평가과가 전담하지만, E등급 13개교는 사학법을 관장하는 사립대학제도과가 맡아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D등급은 전반적으로 여건이 양호해 일부 미흡한 영역만 보완하거나 대학경영 상황을 개선하고, 강점 있는 특성화 분야를 키우도록 학사구조개편 등을 유도하는 정도다. 그러나 E등급 중에서도 경영진 비리 등으로 극히 부실한 교육여건 정상화가 필요한 유형은 기존 경영컨설팅 내용을 승계 또는 이행점검 상황에 따라 별도 전담팀을 구성하고 정상화 단계를 밟는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직업교육훈련기관 등으로 기능전환을 고려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E등급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컨설팅이 이뤄지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은 자발적인 전환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경영부실대학에 연달아 지정되거나 하위대학으로 분류된 대학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1000억원대의 교비를 횡령한 이홍하씨가 설립하고 부실 운영해 지난해까지 경영부실대학에 지정된 서남대를 비롯,  올해 E등급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전환은 안 될 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연수 서남대 기획처장은 “우리대학은 직업교육 쪽으로 전환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면서 “우리대학은 재정기여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서 현재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정상화계획서를 내려고 준비하는 상황이다. 관선이사장이나 이사님들도 학교정상화 시키겠다고 하는 입장이다. 우리대학은 일반적인 대학으로서 보건의료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대학운영 정상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처장은 또 “교육부에서는 하위 대학 중 법인이나 대학에서 운영이 어렵고 그런 쪽(직업교육)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도와주겠다 그런 내용이지 직권으로 평생교육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일부 언론에서 하위등급 대학이 가능성이 있다고 나와 벌써 신입생 모집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경대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다른 목적의 법인으로 바꾸는 방안은 생각한 적 없다”며 “이번 컨설팅을통해서 잘 극복하면 다시 학생도 모집할 수 있다. 설립자와 법인 문제가 있었을 뿐이지, 경영컨설팅 과정에서도 ‘신경대는 (재활)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광양보건대학 보직교수 역시 “대학의 특성이나 역사, 지역과의 연관성 속에서 대학이 다듬어지고 유지해 온 것인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하위대학은 평생교육기관 등으로 기능을 바꾸겠다는 건 안 될 말”이라며 “우리 대학의 경우 전남지역 유일 보건대학으로, E등급에 지정된 건 설립자의 횡령 때문이지 대학 자체의 문제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전환을 유도하더라도 교직원들의 신분 문제 등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E등급의 지역 사립대는 “대학마다 다양한 학과가 있는데 기능전환을 하게 되면 주로 시간강사 형태로 섭외하는 평생교육이나 기능교육 단위로 개편해야 하는데, 퇴직해야 할 교수들이 동의하겠느냐. 4년제 대학 중 전환 대학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등급을 받은 한 수도권 대학은 “재단의 입장이 별도로 있겠지만 직업교육훈련기관 등으로의 전환은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되더라도 반발이 심할 게 분명하다”며 “(컨설팅 과정에서) 대학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언급될 게 뻔하다. 협상을 통해 대학 쪽의 의견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팀이 해당 대학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D등급의 한 지역사립대 관계자는 “다른 환경과 영역을 전공하신 외부 분들이 들어와 우리대학 맞춤 컨설팅을 한다고 해 전문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컨설팅 위원들은 학교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학운영 전문가들이 맡아야 하고, 학교 환경과 평가요소 등을 비교해 협의와 논의, 피드백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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