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형(본지 논설위원/나사렛대 교수)

요즘 우리 사회는 대학의 미래에 대하여 많은 걱정과 대안들을 쏟아 내놓고 있어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미래사회에는 명문대학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진다. 2030년에는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에 따른 변화의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모든 대학들이 똑같은 가치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 연구중심의 대학이 있는가 하면, 교육 중심의 대학이 있을 수 있고, 이공계열이 강한 대학, 사회과학 중심의 대학, 구체적으로는 법학, 의학, 심리학, 교육학, 복지 등등 특정 학문이나 전공에서의 경쟁력이 있는 대학도 가능하다.

결국 어느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지방의 사립대에게는 절대절명의 과제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특별한 사례로서,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갈로뎃대(Gallaudet University)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학은 교육약자라 할 수 있는 농인(聾人, Deaf, 청각장애인)들이 대학생 및 교직원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위 농인대학교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의 농인들이 유학 오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먼저 대학을 방문하면 직원 경비원이 수화로 맞이해 주며, 스쿨버스 직원조차 수화를 사용한다. 강의실 안은 모든 학생들과 교수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도록 둥근 원형으로 자리가 설계되어 있다. 특히 강의실 앞뒤좌우 4면 곳곳에는 칠판을 배치해 놓았다. 이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수화로 부족한 부분의 내용을 자신의 위치에서 이동 없이 그림 혹은 글로써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한 환경이다. 즉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거나 학생들이 발표를 할 때 질문 또는 질의를 할 때, 책상 앞 버튼을 통해 강의실 뒤편 모니터에 자신의 영상이 나와 학생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집중되어 소통할 수 있어 자유롭게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강의 내용은 강의실 4면에서 촬영된다. 만일 학생이 몸이 아파 불가피하게 해당 과목 수업에 불출석하게 되면, 기숙사에서 화상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수화에 익숙하지 못한 어학연수생이나 다른 나라의 농인을 위해 교수의 음성 또한 함께 사용한다. 학교건물 안에는 화상전화 부스가 설치되어 있어, 일반 사람들이 곳곳의 공중전화로 친구에게 전화하듯 농인들도 친구나 지인에게 자연스럽게 화상전화를 할 수 있도록 건물 곳곳에 시설이 마련돼 있다. 건물 설계 자체도 농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상대방의 수화를 잘 볼 수 있도록 벽면이 유리로 처리됐다. 공간의 제한 없이 여러 층을 넘나들며 수화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각 층의 층간 벽도 모두 유리로 설계됐다.

미국 갈로뎃대학 학생들은 의사소통 제한 없이 농인들이 필요로 하는 인간중심의 생각과 환경의 제공을 통해 고등교육 받을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학은 한마디로 우수한 서비스와 농교육이 보장된 환경으로 조성되어 있어 농인들은 이에 만족하며, 전 세계의 농인들이 갈로뎃 대학에 입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약자들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갈로뎃대는 분명 교육방법의 특성화로 차별화되어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볼 수 있다. 우수한 학생과 교원의 확보로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누구나의 바램일 것이다. 그렇지만 고등교육을 받고 싶어도 교육현장에서 소외되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는 교육약자들을 위한 배려와 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조건의 평등을 실현시키는 것도 또 하나의 차별화된 미래의 대학 모습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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