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만 유리하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의문도 제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지난 6일 대통령 주재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교육개혁 촉진을 위한 대학규제혁신 방안'에 대해 대학들은 일정부분 환영하면서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정작 대학들이 원하는 규제 완화는 적어 아쉽고, 여전히 작은 규제들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대도시·수도권 대학만 유리한 규제완화 =교육부는 정원 감축과 장기간 등록금 동결기조로 재정난을 일부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해 관심을 모았다. 교육부는 유휴 교육용 재산 중 3분의 1만 수익용으로 전환해도 등록금 수익의 0.9%에 해당되는 1700억원가량의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변경하는 대학들이 많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사용하지 않는 재산 △교사 확보율의 초과분 △수익은 100% 교비회계로 전출 △직접 교육비로만 이용해 적립 불가 등 여러 제한요건이 있어 동기 부여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수익용기본재산 자체가 부족하고 수익성이 저조한 것이 문제이지 대학 전출 비율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일부 유휴 교육용 재산이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되더라도 실제 대학의 재정사항이 나아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수익액의 학교운영경비 부담률을 80%에서 100%로 높이는 데 대해서도 “2014년에는 102.6%로, 80% 이상 전출해야한다는 법정기준을 훨씬 넘고 있다”며 “수익용기본재산 확보 및 운영에 대한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번 방안은 ‘사학법인의 재산불리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익용 재산의 처분기준이 추가로 완화된다면 ‘사학법인의 재산 불리기’는 ‘재산 빼돌리기’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고 비판했다.

길용수 대학경영연구소장 역시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시 재산세를 물어야 하는데 수익이 세금보다 많이 나는 경우에만 유리해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수도권과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규제혁신 방안에 포함된 ‘2km 이내 교지를 단일교지로 인정 방안’에 대해서도 대도시 대학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직자 학습과 산학협력은 ‘탄력’ = 이번 규제혁신 방안에는 산학협력 활성화와 더불어 선취업 후진학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가 다수 포함됐다.

계약학과 수업을 산업체 임차건물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산업체의 산학협력 이용 교사 면적 제한 완화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호평이 나왔다. 대학기술지주회사에서 투자조합을 운영할 수도 있도록 개선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LINC단장은 “이같은 산학협력 규제 완화는 환영할 만하다”면서 “다만 규제 완화 이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완충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취업 후진학 규제 완화 조치는 다소 파격적이다. 성인 학습자의 수업일수 기준을 연 30주에서 학기당 4주로 낮추고, 학칙의 재학연한(8년)과 학점(학기당 15~20) 제한도 폐지하도록 했다. 전임교원들이 정규학기 외에 재직자 대상 평생교육과정의 학점인정 강의를 맡았을 경우 수업시수로 감안한다.

이에 대해 한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정원외인 재직자 대상 수업에 전임교원들이 투입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산학협력중점교수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규제혁신 사항에 보충하는 조치들이 뒤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규제개혁 백서’ 86가지나 되는데…=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업하고 자체 발굴 과제들을 포함하는 등 대학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은 너무 적다는 반응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월 대학들이 꼽은 86가지 규제개혁 과제를 △대학재정·회계 △대학 및 법인운영 △대학정원/선발(입시) △학사운영 △교육여건/시설 △교직원 △국제화 △산학협력 등 8개 분야로 나뉘어 정리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대학 규제개혁 건의’ 백서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규제혁신 방안에는 대학재정 분야와 운영, 산학협력 분야에서 극히 일부분만 반영됐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대학규제개혁 백서에 대한 피드백이라기엔 경미한 부분들이 있다”며 “대학들이 추가로 요구할 대학규제에 대한 의견을 모은 뒤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 소장은 타부처 협의가 필요했던 과제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신문규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은 “이번 규제혁신 방안은 당장 필요한 조치에 한한 것”이라며 “상반기에도 외국인 교원 임용시 원어민 강사 등으로 주15시간 이상 전일제로 근무한 경우는 해당 경력을 인정해주고,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및 상환제도, 대학 정보공시 항목 등을 개선해왔다. 학교건물 옥외광고 등 타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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