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간의 소통 돕는 커뮤니티 제공, 이러닝 활용 도와'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이한빛  기자] 강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강의를 주도하던 교수는 학생의 토론을 지켜보고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근거와 논리를 밝힌다. 강의내용은 수업 시작 전에 미리 확인했기에 강의실에서는 궁금증을 확인한다. 강의를 받아 적고 고개만 끄덕이던 고요한 강의실이 학생들의 참여로 활기를 띈다.

▲ 한 사립대가 기존 컴퓨터 활용수업에서 플립러닝(거꾸로 학습)을 활용한 토론수업을 하고 있다. 플립러닝은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듣고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토론과 팀 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제공 = 블랙보드)

이러닝은 강의실을 ‘참여, 소통, 환경’의 현장으로 바꿨다. 강의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을 하며 학생이 수업의 주도권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닝이 ‘학습자 중심의 수업 환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학생의 참여가 수업의 핵심’ = UNIST(울산과기원)은 2009년 개교와 함께 모바일 캠퍼스를 구축했다. 특히 사이버 학습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시작한 모바일러닝이 2010년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러닝으로 발전했다. 전체 교직원과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일괄 지급하고 언제 어디서든 사이버 강의와 과제를 제출, 토론수업 등의 학사관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동시에 e-에듀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수가 학습관리시스템에 강의 자료를 미리 올려놓고 과제를 제시한다. 메신저를 이용해 이를 공지하면 학생들은 수업 전에 과제를 제출하거나 수업준비를 하는 플립 러닝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문제에 대한 답안을 제출하면 교수는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교육방법을 조절해 학생들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호서대는 이러닝 시스템을 학습법 자체로 보지 않고 수업을 지원 시스템으로 인식·활용하고 있다. 
 
김경록 호서대 교수는 컴퓨터 활용 수업에서 플립(Flipped Learning·거꾸로 학습) 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사전에 동영상을 통해 오피스 프로그램의 기능을 학습하고 실습수업에서는 기능을 직접 활용해 보면서 모르는 부분은 1:1 질문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잘하는 학생은 좀 더 다양한 실습을 해보고 어려워하는 학생은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러닝은 학생의 참여를 독려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처럼 이러닝 시스템은 거의 모든 수업에서 강의자료 공유, 과제제출, 팀 프로젝트·수업시간 토론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이러닝이 참여의 장이자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학습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요소가 돼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임진혁 UNIST 교수는 “지식을 배우고 주입해주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것을 응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앉아서 강의를 듣는 것 보다 직접 기기를 다루는 것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을 위해 플립 러닝의 도입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경록 교수는 “이미 다양한 학습모델이 나와 있지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탐구학습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 이러닝의 성공은, 사용자간의 소통에 달려 = 학생의 학습의지는 수업의 분위기를 뒤바꾼다. 이러닝의 핵심인 ‘학습자 중심의 강의’ 역시 학생이 의지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닝을 활용하는 대학들이 학생들의 ‘소통’에 신경 쓰는 이유다.
 
고려대는 동영상, 실시간 원격 강의, SNS기능 등을 활용해 교육과 연구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 지원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KU전공학습도우미’ 커뮤니티는 전공 수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수-학습 도구를 지원한다. 튜터와 튜티는 이 공간에서 의견을 나누며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고려대와 UNIST는 블랙보드의 교육플랫폼을 활용해 학생들의 소통을 높이기도 한다. 블랙보드 교육플랫폼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핵심 교육도구로 학습활동에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도입한 각 대학은 실시간 화상강의와 교수면담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활용해 대학 구성원의 소통을 촉진하고 학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김규태 고려대 교수는 “서로 간의 교류가 없는 학습은 학습효과만 높이는 것일 뿐이다. 서로의 특성을 판단해 역할을 나누고 의지하며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는 관계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대는 학습자와의 소통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중점으로 삼았다. 심현 순천대 교수학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도탈락자들과의 면담에서 학생들이 의외로 기초를 잡지 못해 헤맨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의지를 해주고 길잡이를 해주려면 동기부여가 제일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피드백 역시 소통의 일부다. 호서대는 교수-학습 지원 시스템 내에 헬프데스크를 운영하며 하루에 3번 정도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은 바로 답하고, 내부적으로 어려운 것은 블랙보드를 통해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시간이 걸리는 이슈들은 다른 대안을 제시하여 문제를 해결한 후 나중에 해결된 사항을 다시 피드백하며 이러닝 사용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소통이 더 확산되려면 강의 콘텐츠의 기술 향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희 세종대 교수는 “아직 온라인을 이용한 강의는 초기단계다. 강의실이 아닌 곳에서 강의를 본다는 개념만 정립돼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방식을 이용하든 교수와 학생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콜라보레이션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이 확산되려면 강의 콘텐츠의 기술이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승희 세종대 교수는 "온라인을 이용한 강의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 카이스트 이태억 교수)
■ 기술적인 지원과 학습법의 지원 병행돼야 = 이러닝은 언제 어디서든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이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하는 만큼 기술적 요소의 지원이 우선시 돼야 한다.
 
UNIST는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아이폰을 전교생에 지급했다. 스마트폰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하는 공간을 만들어 학교 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캠퍼스의 구축을 위해 와이파이의 확충도 함께 진행 했다.
 
순천대는 강의 내‧외적 부분에 이러닝 콘텐츠를 접목시켰다. LMS에 학생들이 원하는 특강을 만들어 오픈하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이러닝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강의 외적인 콘텐츠도 확대했다. 학습이 더딘 학생들을 위해 쉬운 부분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콘텐츠를 만들어 지원하고 편입생, 복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학사일정을 공지하는 기능으로 이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교수자들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다보면 녹화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교수 개개인이 강의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 프로덕션 방식이 지원돼야 접근성을 높이고 교수자의 노하우를 콘텐츠에 잘 녹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이 이러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진혁 UNIST 교수는 “학교에서 지식을 배운다고 해도 현재는 2~3년마다 지식이 바뀌기 때문에 이를 업데이트해야 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도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며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대가 필요해지고 있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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