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대학원생 연구환경 위해 개선 나서야"
대학원생, 부당한 교수 지시에 불이익 받을까 전전긍긍

교육부 “필요성 공감하나 아직 지표 개발 중”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대학원생 인권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원 평가에 대학원생 인권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교수들의 부당한 요구, 폭언, 석박사 과정에 있는 공부하는 엄마인 ‘학생맘’ 등에게 불리한 교육 연구 환경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원생의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전국 1209개 대학원의 대학원생 1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은 조교로 일하면서 과도한 행정 업무를 한 적이 있다는 대답에 30.1%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장학금 및 연구수행 등 수입이 없으면 학업수행이 어렵다는 질문에는 65.7%가  ‘그렇다’고 대답해 과도한 업무로 인한 본연의 연구 수행 등 학습권 침해와 등록금 조달 등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 성과 보장과 관련해 ‘교수의 논문 작성, 연구 수행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 했다’는 응답이 11.4%,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선후배 등 이름을 논문에 올리도록 강요받았다‘는 응답이 12.3%로 본인의 연구성과 명의권(지적 재산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층면접조사에서는 ‘임신하면 지도교수한테 혼난다’, ‘임신하면 왕따를 당한다’, ‘현실 부적응자 등 교수의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주장이 있었으며, 일부는 ‘대학원생은 주인의 인격에 따라 삶이 뒤바뀐다는 점에서 로마시대의 노예와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논문대필, 폭언 등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인권 관련 사건을 인식하고 인권 보장을 위해 인권센터를 마련한 대학은 단 4곳에 불과하다. 서울대, 중앙대, 카이스트, 동국대 4개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나 센터장 신분이 해당대학 교수로 학교 내에서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은 기구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조사를 이끈 최천규 한국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원생의 연구 환경 개선에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주체는 대학이다. 대학은 여러 이유에서 대학원생 연구 환경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대학평가 항목에 대학원생 연구 환경 및 인권 상황을 추가하고 그 결과를 대학에 대한 차등 지원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우창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전문위원도 “교육부의 대학원 평가 기준에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연구환경이 반영될 경우 많은 대학들이 이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대학원생 인권과 관련된 각종 기준, 대학원생 의사반영 수준 등을 평가 지표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대학원 질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대학원대학과 일반 전문 특수대학원 정보공시시스템을 구축하고, 평가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지표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범평가 등은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원생 연구 환경을 위해 학칙, 인권센터 도입, 대학원생 권리장전 확대 등 교육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교육부도 대학원생의 연구 환경과 인권 보장을 위해 고민하고, 어떻게 확산시킬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대학원 평가에 이를 반영할지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는 않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대학원 평가의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지표를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대학원 평가에 인권 침해 사례 등 지표를 반영한다면 절대적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 자율성 등 여러 고민할 부분이 많아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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