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철(서강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사회에서 부의 양극화 현상이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체육에서 스포츠의 양극화 현상도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즉 운동을 하는 학생선수들은 운동만 하고 일반학생들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의 체육활동조차 누리지 못하는 스포츠 양극화 현상은 학생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체육계의 고질병이다.

2012년 제정된 학교체육진흥법은 이러한 병폐를 줄이려고 공부하는 학생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중고등학교 학교체육 지형을 바꿔왔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일반학생들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늘어나고 방과 후 체육활동이 많아진 것 그리고 일부 종목이마나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

중등학교 체육환경의 변화는 대학스포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대학 내 자발적인 스포츠동아리 활동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의 수영 동아리는 최근 2년새  불과 대여섯 명의 회원에서 30명이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 우연히 인근 스포츠센터에 들렸다가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수영훈련을 매우 힘든 강도로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물어보니 1주일에 두 번씩 정기훈련을 하고 부원들이 비용을 갹출해 코치도 선임했다고 한다. 중등교육에서 체육활동을 경험한 첫 세대들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자발적으로 스포츠를 폭넓게 경험하고 즐기는 문화가 싹트고 있다는 증거다.

앞서 언급한 학교체육진흥법과 더불어 2010년 설립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노력은 이러한 변화를 견인해 왔다. 중고등학교 시절 운동만 해온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대학스포츠의 장벽을 낮추고 산개되어 있던 동아리 스포츠를 리그제로 모아 일반학생들도 높은 수준의 스포츠경험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아직 실험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곧 이루어질 체육단체 통합과 맞물려 이러한 추세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스포츠 양극화를 걷어내 모든 대학생들이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경험하고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를 즐기는 새로운 대학스포츠 문화로의 여정은 험난하다. 우선 재정상의 이유로 축소되고 있는 교양체육 수업, 특히 실기수업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한편 체육특기생 제도로 오랫동안 멍들어 온 대학입시제도를 사수하려는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시작된 대학스포츠 문화의 변화를 지켜내고 밀고 나가야 할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사는 게 녹록치 않은 세상이다. 젊은이들은 2015년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스포츠의 개혁을 통해 다음 시대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이 기본 권리로서의 스포츠 활동을 보장받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 헬조선이 헬스조선으로 바뀔 수 있는 첫 디딤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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