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결 주체 놓고 구성원 시각차 커

회계제도 개선을 통한 운영 효율과 자율 확대를 취지로 내건 ‘국립대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이 제대로 된 심의 한번 거치지 못한 채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안된 특별법안은 그간 총장과 교수단체 및 대학노조 관계자와 간담회를 거쳐 지난 4일 국회 공청회를 통해 확정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참여단체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사실상 6월 임시국회 상정이 어렵게 됐다. 특히 구성원 합의를 입법의 전제로 하겠다는 황 의원실에 최근 대학직원노조가 연내 특별법안 입법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해온데 이어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 등 교권단체도 대학자치가 보장된 별도의 수정안을 낸다는 입장이어서 9월 국회 처리도 불투명하게 됐다. 특별법 제정 논의는 당초 교육부가 지난해 3월 정부안으로 추진하려던 계획이 재정경제부등 정부 부처내 이견과 의사결정구조를 둘러싼 교수단체의 반발로 보류돼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돼 왔다. 이에따라 횡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안은 논란이 됐던 대학내 의사결정구조 부분은 빼고 대학 재정 효율화 도모 차원에서 이원화된 회계 구조를 대학회계로 통합, 재정위원회에서 관장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조직이나 예산, 의결 주체 문제에 이르면 대학 구성원간 견해가 엇갈려 합의 도출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 발의된 법안에 찬성하는 쪽 시각은 대학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우선 대학 재정구조의 투명성과 효율화 도모 차원에서 통합된 대학회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세영 충남대 교수(교육)가 지난 4일 열린 공청회에서 “현재 국립대학은 대학 시장의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있어 사립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이제는 실현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안 모색을 위해 재정 운영만이라도 최소한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대목은 바로 이런 맥락.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는 단체들은 재정위원회 성격과 조직 운영 방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특별법안 자체에 반대하거나 별도 법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협의회 김석진 사무총장은 “특별법 주요 내용은 대학에 자율성을 제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국립대 예·결산과 학사·조직을 통제하려는 교육부 의도가 엿 보인다”며 “특별법 제정보다 지방대 육성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주경철 총무이사(서양사학)는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재정위원회는 타당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수의회와 같은 대의기구를 통해 예·결산을 공개하고 구성원들이 추인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의 한정이 정책국장은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서울대와 같은 거점대학들은 문제가 없지만 지방 군소대학들은 빈부 현상이 심화돼 살아남기 어렵다”며 “기성회직 고용 승계를 제한적으로 보장한 원안도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의원은 이와관련 “대학 구성원들이 필요하지 않다면 오해를 받고 굳이 법안 상정을 강행할 의미가 없다”며 “그러나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경우 원안이 어떤 방식으로 수정되는가에 따라 교육위원회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해 특별법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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