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폐지 가능성 낮지만 축소하고 학생부전형 강화 경향

변별력 잃은 '쉬운 수능'의 역설···상위권대 살 길 모색중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자격시험화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쉬운 수능'이 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입시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고려대가 지난달 논술전형 폐지와 정시 축소를 전격 발표하고 서강대도 정시 폐지 방침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서울 주요대학들이 "급격한 변화는 없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서강대와 경희대는 끝내 공동 입장 발표에 동참하지 않았다. 변별력을 잃은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상위권대학 입장에서 모험일 수밖에 없다. 조만간 대입 체제의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6개 대학 입학처장은 "대입전형의 파격적 변화를 지양"한다면서 "201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 전형 모집인원의 적정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처장들은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 대한 서울지역 6개 대학 입학처장 의견서'를 통해 △학생부 전형 모집인원의 적정선 유지 △논술 전형 모집인원의 적정선 유지 △특기자 전형 모집인원의 적정선 유지 △수능의 적절한 활용 △면접 전형의 적절한 활용 △정시 전형 모집인원의 적정선 유지 등의 원칙을 공개했다.

이들은 "최근에 2016년 3월 말 확정 예정인 2018학년도 대입전형을 둘러싸고 입학처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개별 대학의 입학전형은 그 대학의 교육 이념과 인재상에 맞춰 자유롭게 설계될 수 있으나, (입시와 관련해)섣부른 예단과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논의 끝에 입장을 발표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고려대는 지난달 현재 고1이 치르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을 폐지하고 특기자와 정시전형을 축소하는 대신 학생부전형을 늘리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서강대도 이르면 내년부터 정시를 폐지하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없애는 방안을 공개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각 대학에 입시 방침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입장발표에 동참하지 않은 대학들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 상위권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수시로 만나 입시안을 논의하는 긴밀한 관계다. 발표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입장차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경희대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전형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일부 세세한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지금은 올해 입시로 바쁜데다, 고려대 입시안이 갑작스럽게 발표 돼 이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서 "이번 공동 의견서에는 논술뿐만 아니라 특기자 전형 등 입시 전반에 관한 사항이 다 들어가 있어, (경희대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동참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다만 "입시가 안정적으로 가야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고려대의 입시개편안이 급격한 측면은 있지만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며, 일반고 입장에서는 굉장히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희대가 고민하는 논술의 개선방향은 사교육을 최소화하는 쪽이다. 김 처장은 "우리는 논술전형을 유지하기는 하는데, 수험생들이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 만으로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술전형에서 사교육 요소를 줄이는 방안으로는 면접 등 논술 외 요소를 강화하거나 수능 최저등급을 폐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강대의 입장은 아직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논술을 전격 폐지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정시를 축소하고 학생부전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경희대와 서강대가 논술을 폐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학풍이 고교교육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입시 역학적으로도 서강대가 논술 모집인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입시전문가는 "서강대는 입시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경쟁대학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입시 경쟁을 피하면서도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한 독자적인 선발 영역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당초, 고려대의 입시개편도 입시 전략적인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최상위권 학생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입장에서 연세대는 서울대와 다른 입시를 고집하는 반면 고려대는 서울대 입시와 닮아가는 기조가 과거부터 있어왔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대는 2012학년도부터 수시에서 논술전형이나 특기자전형 없이 100% 학생부종합전형(당시 입학사정관제)을 실시하고 있다. 연세대는 현재까지도 논술전형은 물론 특기자전형, 학생부교과 100% 전형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서울대와 다른 독자적인 입시는 연세대의 자신감을 반영하며, 서울대와 유사한 입시 개편은 고려대 총장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거나,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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