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원점수 기준 '주먹구구식' 대학 지원은 위험

"정시=수능" 맹신 안 되고 학생부 반영비율도 꼼꼼히 따져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정시는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다. 정시는 곧 수능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비중은 적지만 학생부 반영비율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수능도 원점수만으로 지원할 대학을 가늠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전략이다. 수능 변별력이 적어 점수 급간이 좁아 1,2점에도 당락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학사의 도움을 얻어 정시 지원 전략을 알아봤다.

■지원참고표는 지원가능 대학을 정하는데까지만 = 가채점 때와 마찬가지로 수능 성적이 발표된 후에도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지원참고표이다. 하지만 지원참고표는 입시기관마다 차이가 있는데다 실제 대학에서는 원점수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말그대로 참고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성적이 발표되면 표준점수/백분위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참고표를 새로 만든다. 원점수에 비해 표준점수/백분위 성적을 반영하는 만큼 실제 대학에서 활용하는 성적 지표를 기준으로 지원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다양한 입시업체에서 공개하는 지원참고표 점수는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대학마다 수능 성적을 환산하는 방법/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등이 다르다 보니 입시업체에서도 지원참고표를 만드는 기준에 차이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지원참고표가 최종 합격생의 성적이 아니라 평균적인 성적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므로 실제 합격 성적과 차이가 있다.

▲ ※표1: 진학사

예를 들어 <표1>을 보면 표준점수 합이 526점으로 D대, E대에 지원을 하고자하는 학생 사례가 있다. 지원참고표의점수를 보면 각 입시 업체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대의 경우 최고-최저 차이가 무려 9점으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때문에 어떤 지원참고표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합/불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온라인모의지원 등을 통해 대학의 환산점수를 확인하면 더 정확하게 지원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원참고표는 지원가능한 대학의 범위를 정하는 정도로 활용하자.

■학생부 성적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 "정시는 곧 수능" 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렇다보니 학생부 성적은 고려하지 않고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시에서는 학생부도 무시할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수능 100%로 선발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도 여전히 많다. 일반학생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학생부를 50%이상 반영하는 대학은 10개교, 40%이상50%미만을 반영하는 대학은 16개교, 30%이상 40%미만 반영하는 대학 14개교, 30%미만 78개교이다. 정시 모집 전체 197개 대학 중 118개 대학에서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고 있다. 학생부 성적을 무시하고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정시 모집 학생부 반영 방법에서 반영하는 과목 수가 적고, 등급별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수능에 비해 영향력은 적은 것이 사실. 다만, 상위권 대학의 경우 소수 점 이하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학생부성적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우에 따라 학생부 성적의 영향력이 큰 대학도 있어, 수험생들은 대학별 학생부 성적 반영 방법과 영향력을 고려해 최종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

■ 점수 차이보다는 내 위치가 중요하다 = 대학별로 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에 따라 점수 차이가 달라진다. 표준점수 합은 3~4점 차이가 나더라도 대학별 환산 점수를 계산해보면 1점 차이도 나지 않는 대학도 있고, 차이가 큰 대학도 있다. 대부
분의 학생들은 점수 차이가 크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대학에 따라 1점 차이가 큰 대학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학도 있다. 단순히 점수 차이를 볼 것이 아니라 자신
이 지원한 대학/학과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학사 모의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살펴보면 위치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대 B학과는 11명을 모집한다. 합격선은 334.2점이었으며, 모의지원자 최고점은 335.5점으로 예상 컷과 1.3점 차이가 난다.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1.3점 차이지만 그 사이에는 9명이나 분포하고 있다. 점수 급간이 굉장히 좁다.

추가적으로, 전년도 추가합격이 6명이었던 것을 감안해 최종 합격 성적을 예상해보면 333.5점까지 합격이 예상된다. 합격선과 불과 0.7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최고 성적 학생과 추가합격 꼴지 학생의 환산 점수 차이가 2점에 불과한 셈이다.

눈에 보이는 점수만으로 합격가능성을 예측하기 보다는 정시박람회에서 정확한 상담을 받아보거나, 입시기관의 모의지원 서비스를 통해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의 성적 분포와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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