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원칙과 철학 부재,

학교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교육계는 물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를 두 동강이로 갈라놓고 있다. 초기 논의의 초점은 DJ 정부 시절 전자정부 구현에 따른 교육 행정 정보 선진화가 출발이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방이 프로그램의 타당성과 인권 침해 여부로 쏠리더니, 이제는 교권 단체들의 세 싸움 양상이 더 큰 관심사다. 여기에 윤부총리의 말 바꾸기와 청와대 왕수석의 개입, 시·도교육감이나 교육부 직원에 이어 초중고 교장단의 항명 파동은 의제를 설정하는 언론으로서는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론은 양분되고 갈등은 고조되는데 이렇다할 대안이나 중재자가 없다는데 있다. 이는 교육철학과 원칙을 뒷받침할 효율적인 시스템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데서 기인한다. 극적 긴장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클라이막스 뒤에는 적절한 결론을 보여줘야 카타르시스가 남는 법인데 양분된 교단은 물론 정치권이나 교육당국 어느 구석을 쳐다봐도 뒤틀린 현실을 바로 세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단 갈등만 해도 그렇다. 교총이나 전교조 모두 새 정부 초기에는 교육당국이 시간을 갖고 NEIS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해 달라더니 이제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물론 이 문제는 제도나 시행과정상의 무리에도 불구, NEIS 도입을 강행하려던 당국의 원인 제공이 크다. 교육부 내부에서 조차 연초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돌았던 점은 상기할 대목. 윤부총리의 말 바꾸기 논란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략도 한 몫을 거든다. 그런 의미라면 지난 3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다퉈 지적한 NEIS 재검토 발언과 지금 와서 해임 건의안을 내겠다고 말은 어떤 것이 맞는 논리인지 국민은 도무지 헷갈린다.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고 내각에 전권을 위임하겠다던 청와대 역시 지금 와서 갈등 해소를 이유로 개입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분쟁 조정이 필요하다며 전교조 고문 변호사의 경력과 비전문가 논란이 일고 있는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조정역을 맡긴 것 자체가 갈등을 조성하는 대목이 아니냐는 것. 새 정부 들어 청와대에 교육문화수석실이 폐지된 이유는 일견 타당성이 없지 않았지만 교단 갈등과 항명 파동으로 교육부 조정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면 이제라도 부처간 교육현안을 조율할 교육문화수석실이 부활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NEIS 파동이 점차 교육 본질과는 다른 쟁점을 양산하면서 언론이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교단이 양분돼 세 싸움을 벌일 때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체 불안해하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약하자면 국민들은 학교 현장에 NEIS가 됐든, CS가 됐든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내 자녀를 올바르게 가르쳐주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교육계를 둘러싼 갈등 해법은 바로 이 같은 정서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육정보화의 근본이 어디에 있든 비교육적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냉정히 따져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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