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정 능력 한계, 갈등 구도 확대 재생산

출범 3개월을 맞는 새 정부 교육정책이 방향감각을 잃은 체 표류하고 있다. 학교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 각 계층에 번지면서 보수·혁신간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전교조나 교수 노조 등 이른바 현 정부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진보그룹마저 정부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실력 행사를 다짐하고 있어 정면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노동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분쟁을 수습하거나 조정할 능력을 상실한 체 갈등 구도만 양산되고 있다는데 있다. 1학기 수시모집을 앞둔 대학가에서는 특히 이같은 논란이 대학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한편 교육 현안을 해결할 시스템과 논쟁을 종식할 근본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교육계 정면 충돌 :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 교육부가 지난 20일 청와대 업무보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NEIS 도입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를 반대해온 교권 단체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5·18 식장에서 발생한 한총련 학생들의 점거 농성과 관련, 대통령 스스로 공식 석상에서 “이대로 가면 대통령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정부 정책의 원칙과 방향이 강행 쪽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22일 오전 시도교육청 부교육감회의에서 전교조 연가투쟁을 불법으로 규정, 참가자를 사법 처리키로 한 방침을 통보하는 한편 26일 오전 열리는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최종입장을 결정, 부총리와 시도교육감 공동명의의 호소문을 발표한다. 그러나 전교조 등 교육시민단체는 정부가 NEIS를 강행할 경우 예정대로 28일 연가투쟁은 물론 학사업무도 거부하고, 광범위한 교육 불복종 운동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교총이나 한교조 등 축을 달리하는 교권 단체들은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정책 방향이 바뀔 경우 교육당국을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 대책 수립 절실 :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권단체들의 극을 달리는 상반된 주장은 한나라당의 NEIS 강행 주장에 이은 민주당의 결정 유보 권고에 이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까지 나서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쟁점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당장 6월 3일부터 시작되는 수시 1학기모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고심하면서 교육정책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 전반의 갈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교육부가 지난 22일 어떤 양식의 원서도 받도록 대학에 권고하고 전교조 역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혀 일단 입시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통일된 양식의 원서가 접수되는 것과 비교하면 추가 비용 부담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학가는 그러나 교육정책 난맥상이 비단 NEIS에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우려를 나타낸다. 학력저하와 공교육 위기는 물론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나 교수회 법제화, 대학지배구조 개편, 교육시장 개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데 이를 해결할 교육부 조정 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느냐는 것. 근본 대책 수립 요구는 바로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분쟁을 조율할 교단안정대책기구를 조만간 설치하고, 청와대는 대통령 직속의 교육혁신기구를 6월 중 서둘러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상반된 여러 교육집단의 다양한 분출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교육개혁추진단의 이종태 간사는 “문제가 꼬이는 근본 원인은 교육부가 정책 수립과정에서 밀실 행정을 편 것이 원인”이라며 “처음부터 정책 결정 과정에 모든 주체가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중앙대 강내희 교수(영문)는 “과거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가 개혁세력과 멀어지면서 힘을 잃었는데 현 정부가 과거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육부 관료로부터 독립된 개혁 세력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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