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학과 없애고 융·복합학과로 전환, 이공계 특성화

‘캠퍼스 통합 수순’ 예측엔 “통합 아니다” 일축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이재익 기자] 고려대 세종캠퍼스가 대대적인 학제개편에 들어간다. 당장 오는 2017년부터 안암캠퍼스와 중복되는 학과 대부분을 융·복합 기반으로 전환하고 이공계열을 특성화할 계획이다. 올해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인 D+등급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선정규 고려대 세종캠퍼스 부총장은 “유사중복학과를 모두 새로운 학문체계 또는 융복합학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부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교수들과 상호토론과 회의를 거쳤으며 거의 완성단계”라고 3일 말했다. 

선 부총장은 “일간지 평가에 따르면 우리대학 자연계열 교수들의 논문 피인용 횟수는 전국 4위에 해당한다. 이같은 우수한 연구 실력은 특성화를 통해 강화하고, 인문계열이나 사회계열 등 유사중복학과는 학생 교육에 치중하는 2중 시스템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공계열 특성화와 인문학 기반 융·복합 2가지 비전을 강조했다.

염재호 총장도 지난 10월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구조개혁평가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세종캠퍼스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설립 당시 또 하나의 종합대학을 목표로 지어졌던 만큼 중복학과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학과의 이름을 바꾸면서 부분적으로 특성화를 추진했지만 인문계열 등에 남아있던 중복학과도 적지 않았다.

대학 측은 이번 구조개혁을 통해 중복학과 대부분을 융복합학과 및 학부로 통합하고 글로벌비즈니스대학(가칭), 국가정책대학(가칭), 교양학부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구조개혁평가 하위그룹 컨설팅 결과로서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평가본부에 제출하고 구성원들에게도 내년 1, 2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학생들도 학제개편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실시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는 ‘분교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자가 당선되기도 했다.

피승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이원화된 캠퍼스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곧 세종캠퍼스를 없앤다는 식의 극적인 통폐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양 캠퍼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격차 등 여러 차이를 줄이고 세종캠퍼스만의 정체성을 찾으면서 성장의 기회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학생들의 의견도 구조개혁에 반영돼야 하기에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에 대해 고려대의 본분교 제도가 폐지되고 캠퍼스 통합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후폭풍이 큰 캠퍼스 통합 대신 구조개혁을 통해 세종캠퍼스의 역량을 올리고 추후 캠퍼스 통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보직교수들은 캠퍼스통합설에 대해 부정하며 극단적인 예측을 경계했다. 방병선 인문대 학장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대한 반성이나 비판이 있는 것이지 물리적이나 화학적으로 캠퍼스 통합과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도 “제도적인 조정보다는 안암캠퍼스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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