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6기 공채 개그맨 이상훈 씨

▲ KBS 26기 공채 개그맨 이상훈 씨. (제공=대전보건대학)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원래 꿈은 유명 MC가 되는 것도, 스타가 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개그 프로그램에 한번이라도 출연해보는 게 소원이었죠.”

지난 2011년 KBS 26기 공채시험에 합격해 현재 5년차 개그맨으로 활동 중인 이상훈씨의 말이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감사합니다’, ‘시청률의 제왕’, ‘핵존심’ 그리고 최근의 ‘니글니글’까지 여러 코너를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지난달 26일 열린 ‘제23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는 개그맨부분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웃기기 좋아하고, 무대 위에 오르면 180도 변하는 자신이 ‘무대체질’임을 느꼈던 그는 연극영화학과에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부모님이 취업이 잘 되는 보건계열을 추천해주었고, 미래를 생각해서 대전보건대학 물리치료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러나 그의 끼는 감출 수 없었다. 대학 체육대회와 축제는 그의 주무대였다. 학과별 치어리더 경연에 물리치료과 대표로 혼자 나가 전교생 앞에서 가수 싸이 춤을 췄다. 11곡 정도를 따라 하기 쉬운 응원가로 개사, 밴드를 구성해 미니 콘서트처럼 학생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그는 ‘대전보건대학의 싸이’로 불릴 정도로 학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학교 신문에도 실리고, 지나가면 많은 학생들이 알아봤어요.  여학생들이 사물함에 편지를 넣고 가기도 했죠. 물론 가까이서 얼굴을 보면 실망해서 가기도 했지만요.”

졸업후 그는 2년 6개월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자신을 ‘개그맨이자 물리치료사’로 소개할 만큼 직업에 만족했던 그에게 다시 개그맨의 꿈을 일깨워준 것은 다름 아닌 주위 사람들이었다.

“늘 입버릇처럼 ‘개그맨이 되고 싶다, 꿈이다’고 말하고 다녔거든요. 그랬더니 개그맨 공고만 나면 전화기에 불이 나는 거예요. 다들 전화해서 하는 소리가 ‘이번에 시험 안 보냐’였죠. 심지어 같이 일하던 물리치료사 동료들까지요.”

일을 그만두고 뒤늦게나마 개그맨의 꿈을 좇기 시작했다. 방송 쪽에 인맥이 있을 리 만무했던 그가 의지할 것이라곤 인터넷뿐이었다. 구직 사이트에서 검색해 개그맨을 뽑는다는 곳은 다 찾아갔다.

“정말 많이 떨어졌어요. KBS 공채에 다섯 번 만에 합격했으니까요. 공중파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학로 극단까지 합하면 수십번이 됩니다.”

그 때마다 그는 ‘아직 때가 아니었을 뿐이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꼭 될 거다’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결국 그는 그의 말대로 서른 살이 되던 해 개그맨이 됐다. 본래 자신의 꿈을 찾는데 꼬박 십 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밖으로 나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당부했다. 그래야 자신이 정말 좋아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준비해놓고 기다리면 자신한테 그랬던 것처럼 기회는 언젠가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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