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했다. 그리고 아슬아슬 조마조마 매회 콘퍼런스를 진행하며 해냈다. 해내고 말았다는 안도와 환희의 순간을 경험했다. ‘대학이 사라진다는 주제로 대학위기를 다룬 기획기사 연재 후 프레지던트 서밋 추진 초기만 해도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할 일을, 대학협의체가 할 일을, 거대 언론도 아닌 조그만 전문매체가 바쁜 대학총장들을 모아 무엇 하자는 것이냐며 불만에 가까운 우려감을 표했다. 한국고등교육의 미래와 향후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하니 잘 될까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막상 지난 93일 개막식에 이어 1217일 마지막 콘퍼런스를 마칠 때까지 참석총장들이 보여준 열기와 대학가, 정부 그리고 국회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언론의 기능은 보도의 기능과 계도의 기능이 있다. 발생한 사실에 대해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기능과 현상을 진단하여 방향성과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기능이 있다. 이번 프래지던트 서밋의 목표는 바로 후자다.

대학의 대표 언론이자 고등교육 정통 언론으로서의 오롯이 한 길을 걸어 온 본지가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굳이 앞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감과 위기감이 있었기에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음에도 서밋을 추진했다. 

공사다망하기로 유명한 대학총장들이 한 두명도 아니고 30여명이 매달 두 차례씩 공식적으로 모여 한번에 서너시간 가량 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 참석 총장단 스스로 놀랄 정도로 총장들의 의지와 열정은 대단했다. 서밋 스케줄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지방 대학 총장들은 오가는데 예닐곱 시간을 들여서 새벽같이 출발해 토론에 참여하고 서밋이 끝난 후 한밤중에 어둠을 헤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렇게 지난 4개월 동안 모두 열일곱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주제발표자나 참여 총장들 모두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정책과 제도 개선에 대해, 각 대학의 사례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토론에 임했고 또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시간과 노력들을 모아 대학 경쟁력 제고와 미래 사회 대응을 위한 대학 총장단의 대정부 건의문과 대국회 건의문이 마련됐다.

대학의 실질적 경쟁력 제고와 미래 대응을 위해 정책이나 제도 개선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건의문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엔 입학자원 감소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안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밖으로는 해외 교육 수요를 발굴하고 맞춤형 수준별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공동 플랫폼 구축 등 교육영토 확장에 방점을 찍고 이를 위한 정책적, 법적 지원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으며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에 기반한 사학진흥법의 제정과 대학평가시스템의 개선, 고등교육재정확충 등의 무겁고 진중하게 논의된 사안들이 포함됐다.

서밋 창립총장단도, 서밋 사무국 관계자들도 심지어 참관한 장관과 기업·기관 CEO 등도 콘퍼런스의 회가 거듭될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학들의 현재 주어진 어려운 환경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악화, MOOC의 도전 등 안팎으로 조금도 숨을 쉴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왜 진작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을까"

4년제 대학 전국 거점 사립대를 중심으로 구성됐던 서밋 창립총장단은 앞으로도 계속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다양한 대학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무게 있는 논의와 정책 반영을 위한 노력를 이어갈 기회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2016년 전반기 서밋은 4년제 대학과 함께 우리 고등교육체제를 양쪽에서 떠받치고 있는 전문대학 총장단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시작은 반이라고 했다. 대학 경쟁력 제고와 미래 사회 대응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대학 경쟁력 네트워크 프레지던트 서밋의 참여 총장단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에, 그리고 그 열정과 노력을 쏟아내 정책반영을 위한 기회로 이어질 서밋의 성공적인 안착에 박수를 보낸다. 대학가에서도, 정책당국에서도, 입법부에서도 서밋의 결과물이 실제 정책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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