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17일 고현철 교수 추모 학술대회

▲ 전국교수비대위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 민주주의'를 주제로 고현철 교수 추모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투신 4개월이 흐른 17일  고 교수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고 대학 자율성 회복 방안을 고안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7개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 민주주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대학의 자율과 공공성 훼손이 심각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성명을 통해 지난 15일 ‘총장선출방식의 단일화’ 방침을 밝힌 교육부를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문계완 경북대 교수회 의장 △이재봉 부산대 교수(국문과) △김유경 경북대 교수(사학과)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과) △안성진 경상대 교수회 의장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 △정민걸 공주대 교수회 의장 △신정임 강원대 교수회 사무총장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대표 등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조흥식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이 사회자로 참석했다.

송주명 상임대표는 “현재 교육정책은 불통과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교육부가 총장직선제를 법으로 막겠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교수들이 이제 어떻게 힘을 합쳐서 싸워야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왔다”며 학술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문계완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고현철 교수의 유지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오늘은 고현철 교수가 세상을 떠난지 정확히 4개월 되는 날”이라며 “이제 호흡을 길게 하고 멀리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의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모멘텀을 새롭게 해야 한다. 오늘 학술대회는 그런 여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조흥식 교수협의회장은 “오늘 학술대회는 제1회라고 생각한다. 교육 공공성과 자율성을 쟁취할 때까지 이러한 학술대회는 5회, 6회도 해야 한다”며 “고현철 교수의 유서에는 무뎌진다는 표현이 8번 등장했다. 무뎌지는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투신한 고현철 교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런 것을 가슴에 기억되게 하는 것이 역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재봉 부산대 교수(국문과)는 고 교수가 강조한 총장직선제를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산대는 고 고현철 교수의 죽음 이후 총장직선제를 지켜냈다. 가장 중요한 직선제 총장이 정식으로 임명되는 절차가 남아있다.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교육부의 임용을 받아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 교수는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 등 교육부의 신년 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프라임사업) 소형사업에라도 응모하려면 부산대는 인문대학 입학정원을 최소 50명에서 100명 이상을 줄여야 한다. 이는 인문학을 토대부터 붕괴시켜 버릴 위험성이 크다”며 경고하는 한편 “인문대학 내 80% 이상 학과가 참여해야 하는 코어사업은 개별학문의 특성은 무시한 채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분과 학문들을 재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대학이 자본에 종속되는 과정이라 평가하며 “대학의 민주화가 무너지고 학문의 조건마저 붕괴되면, 대학은 담론의 생산은 고사하고 자본이나 권력에 휘둘리는 ‘죽은 지식인의 사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경 경북대 교수(사학과)는 “ 6월 항쟁의 성과로 국립대는 총장직선제를 쟁취했지만, 그 성과에 머물다 대학 자율성의 여러 요소들에 대한 고찰과 실현은 소홀히 한 것이 아니가”라며 “직선제 성과마저 상실된 지금, 대한민국 대학은 70년 역사에서 조직·재정·교직원·학문 등 자율성의 4개 요소 중 어느 것 하나 만족할만한 수준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 그 성찰을 위한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학술대회 직후 교육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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