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본지 논설위원/성신여대 교수)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은 발전하고 있는가.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늘 품고 있는 의문이다. 이 의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교수는 몇명이나 될까. 그것 역시 궁금하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때와 비교하여 달라진 점이 있다면 휴강을 하면 반드시 보강을 해야만 하고, 성적도 상대평가로 부여해야 하며, 강의 평가 제도가 생겼다는 것 정도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하찮은 변화를 가지고 대학 교육이 발전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심각한 퇴보가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학생 자치활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 자치활동은 교육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학생의 지적, 인격적 성숙을 이루어내는 측면에 있어서 강의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학생 자치활동이다. 학생회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동료들과 협동하는 법을 배우고, 리더십을 체득하며, 때로는 불의에 맞서 분연히 일어서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갓 청소년을 벗어난 청년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진정한 성인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러 대학에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부 대학은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학생이 없어서 선거가 무산되었고, 일부 대학은 투표율이 저조해서 선거가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학들은 학생들이 자치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해야 할 것이다.

적지 않은 대학들이 오히려 학생 활동을 억압하거나 부당한 간섭을 자행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에도 학생처장이 특정 학생에게 총학생회 선거 출마를 권유하거나,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학생이 학칙에 규정된 기준 학점에 미달되었다는 이유로 선거를 무산시키는 등의 비민주적인 선거 방해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대학에서 휴학생은 학생회장이 될 수 없다거나 징계를 받은 학생은 학생회장이 될 수 없다거나 성적이 나쁜 학생은 학생회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비민주적인 학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칙은 총학생회에 대하여 효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대학과는 별개의 단체로서 대표자를 스스로 자유로이 선출할 수 있고, 그 대표자의 자격은 단체 구성원들이 정하는 것이지 외부의 어떤 기관이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리는 서울고등법원 2013. 11. 7. 선고 2013나2011216 판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법적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서 대학이 학생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총학생회가 대학의 각종 문제에 관해 개선과 시정을 요구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대학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학생 개인에 대해서도 강의보다 훨씬 넓고 깊은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귀찮고 불편한 존재로 여기거나 관리의 대상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교육 철학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총장이나 교수가 있다면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교육에 시달리며 부모의 간섭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불행한 세대이다. 대학에서라도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당당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 청년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아무도 모범답안을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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