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의 애환 잘 알아…시간강사가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만들어야"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국공립대 유형이 거점국립대학, 지역중심대학, 교원양성대학 3개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별로 대학의 특징과 입장이 모두 다르다. 총장의 역할도 과거와 달라졌다. 총장은 큰 그림을 보고 대학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총장선거는 대학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3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 회장으로 선출된 태범석 회장(한경대 총장)은 국립대 총장선거를 놓고 대학의 규모와 역할에 따른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 회장은 대학을 둘러싼 여러 사안마다 명확한 논리와 근거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공립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큰 틀에서 대학들의 목소리를 모아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구조조정, 국공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시간강사법, 교육공무원 보수체계 합리화 등 국공립대를 둘러싼 파고의 시기에 태 회장을 만났다.

- 23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선출 첫 날 이렇게 말했다. 국총협은 거점국립대학, 지역중심대학, 교원양성대학 등 총 41개 국·공립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부 대학만을 위해 이야기하면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거점국립대학의 경우 교수 숫자만해도 1000명에 달하고, 지역중심대학은 200명에서 600명, 교원양성대학은 규모가 더 작다. 어느 곳은 너무 크고, 어느 곳은 너무 작아 대학별 입장과 차이가 크다. 큰 틀에서 국공립대 현안을 이야기해 진행하려 한다."

-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직선제(교원합의제)를 폐지하고 간선제 방식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선거 방침에 대해  어떻게 보나.
"대학 자율성의 문제라고 본다. '총장 직선제가 옳고 간선제가 그르다'라는 논의가 아니다. 대학 자율에 맞게 총장선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은 민주화운동에서 시작됐다. 이전에는 행정부에서 임명하는 방식에서 교수가 참여하는 직선제가 시행된 것이다. 대학 유형마다 규모, 목적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대학에서 하나의 형태로 총장선거를 진행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 대학 자율에 맡겨 총장선거를 하도록 하면 무리가 없다. 지금은 대학 총장의 역할이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큰 물결 속에서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있다. 과거와 달라졌다. 대학 총장이 구성원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자율성만 보장되면 학내 구성원끼리 정한 절차에 따라 총장선거를 하는 게 맞다."

- 국립대학 혁신지원(PoINT, 포인트)사업 등 교육부의 국립대 정책을 진단한다면.
"국립대만을 위한 사업은 국립대 혁신지원 사업뿐임에도 지원금은 90억원에 불과하다.  상위 45% 안에 포함돼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혁신에 대한 의지는 모든 국립대가 모두 간절하다. 혁신하는 모든 국립대에 먼저 지원해주고, 그 결과를 후에 평가해 지원금을 차등지급하거나 사업비 지원을 중단하는 등 후속조치하는 '선지원 후평가' 방식으로 가야한다. 올해도 내년 국립대 지원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해왔다. 내년도에는 후년도 사업을 위한 국립대 재정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 대학과 시간강사들의 반대로 시간강사법은 또 다시 2년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강사법에 대한 생각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 대학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법안이다. 제일 처음 시간강사법이 나온 취지를 생각하면 된다.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씨 자살 이후에 시간강사의 처우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제가 만들어졌다. 시간강사가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도움을 받기를 바라는지 보면 된다. 과거 시간강사 생활을 4년 동안 했기 때문에 시간강사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시간강사료를 보장하고, 시간강사가 연구를 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시간강사는 3학점짜리 강의라도 하려고 줄 서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무적으로 9시간으로 조정할 경우 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난다. 테뉴어 교수들의 수업시수가 늘어나고, 대형 강의도 많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대학들이 모든 강사를 전임교원으로 고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가 예산을 늘려 시간강사 처우를 보장하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없으면 풍선효과만 발생할 뿐이다. 목소리를 내기 힘든 약자만 피해를 입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최근 교육부에서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일환으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프라임),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코어), 평생학습 단과대학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프라임, 코어는 단기적인 사업이다. 원론적으로 우리 대학에서 어떤 사업을 신청하느냐가 중요하기 보다는 큰 그림에서 정부가 대학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사립대가 80%를, 국립대가 20%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OECD 수준으로 맞춰 국공립대학을 늘리고 지원을 확대시키는 정책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사립대에 고등교육을 담당하게 하고 학부모에게 높은 등록금 부담을 안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모든 대학이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국총협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생각한 것이 있다면.
"국총협 차원에서 세세한 대응을 마련하진 않았지만 많은 대학 총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맡기자’라는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단순히 이 학교가 유지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국회에서는 출구만 만들어 주면 된다. 고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공학교육인증원, 경영교육인증원 등 학문 분야별 인증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자체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교육부 대학평가는 평가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 다르고, 대학에서는 모든 기준을 다 충족하려 애쓰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 내부에서는 평가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 한경대 총장으로 취임한지 2년 반이 지났다. 경기도 유일한 국립 종합대학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총장 공약 중 하나가 한경대를 경기도 거점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경기도에만 유일하게 거점국립대학이 없다. 한경대가 경기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한경대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2015년 연구마을 사업에 선정됐다. 지역에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학 캠퍼스 연구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 17개의 유망기업들이 입주해 산학협력 모델로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특화산업학과 주관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도 지역 특화산업분야인 loT 산업분야 중소기업에서 요구하는 R&D 전문 인력을 배출해 산업체에 공급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경대는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과 경기도 공적개발원조(ODA)를 담당할 국제개발협력센터를 설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한경대 내 센터를 설치함으로써 경기도와 함께 ODA 사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23대 국총협 회장, 6대 한경대 총장으로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4년간 시간강사를 하고 처음 한경대에 들어올 때 나이가 40살이었다. 모든 열정을 한경대에 바쳐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열정과 성을 다 바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23대 국총협 회장이 되면서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것이 ‘열정’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의 입장과 총장들의 목소리 모두 들으면서 열정적으로 회장직에 임하겠다."

■ 태범석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은…
태범석 회장은 1957년 생으로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과 인성파우더테크(주) 연구개발부장을 거쳐 1998년부터 한경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경대 중소기업지원세터소장, 산학실습처장·교무처장, 교수협의회장을 지냈고, 경기도 고등교육발전협의회 대표, 경기도 거점국립종합대학교 추진단 부단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기도그린캠퍼스협의회 부회장, 경기도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상임대표, 경인지역총장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김소연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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