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이번 연세대 특강은 이 대학 김형철 교수가 강의중인 과목 `리더십 이론'의 수강생들이 탄핵기간 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내 강연을 요청했고 이를 김우식 비서실장(연세대 전 총장)이 노 대통령에게 전달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특강은 이 과목 수업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리더십센터’가 이어가고 있는 유명인사 초청 릴레이 강연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강에서 과거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경호 문제나 말 실수 등을 우려하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 참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피력, 화제가 되기도 했다. ○ … “젊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기를 좋아하나 기회를 가지기 어려웠다”고 말문을 연 노 대통령은 우선 강연이 성사되기까지의 비화로 의전은 “대통령이 말 아껴야 하는데 무슨 소리 나올지 모른다고, 또 경호실은 혹시 봉변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며 비서진 우려를 전하고, 이런 우려를 뒤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강연으로)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였다”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학교가 많은데 왜 하필 연대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데 대해 “오늘 일정을 결정하면서 약간 논란이 있었고 이번에도 약간 싸웠지만 여러분이 꾀를 내 저를 초청했다”며 수강생들의 ‘편지 세례’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제 아들과 며느리가 다 연대 출신이다. 아마 그것도 결심에 약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뿐 아니라 윤태영대변인, 천호선의전비서관, 이광재 열린우리당 당선자 등 연세대 출신 핵심 참모들이 주변에 많아 인연이 남다르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 노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비결로 확실한 투자와 끊임없는 변화 등을 강조하면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이승만 대통령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다 목숨을 걸었다는 것.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세상이 좋아져 목숨까지 걸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가장 화끈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대로 못할 바에야 정치를 안 한다고 결심하고, 이를 실행했던 부분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에서는 이 대학 이영민군(컴퓨터산업부 1)이 “드골이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보도가 나왔다”며 사실 여부를 물었고, 노 대통령은 “존경하나 그 분의 리더십 스타일은 한국에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링컨”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링컨이 한국의 민주적 리더십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사례를 다 남겨놨다며, 분열의 위기에서 국가를 구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학 강민정양(법학 2)은 노 대통령에게 “연애하는 방법을 몰라 방황하는 청춘남녀에게 전략을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노 대통령 역시 “다시 하라고 하면 제가 했던 방법으로는 안할 것 같다”면서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내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무조건 따라 다니면서 대답해 달라고 하고, 대답 안한다고 시비 걸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 웃움을 자아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돌발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이 대학 이길용군(경제 4)은 “지금 질문은 짜여진 질문 하는 것으로 아는데...대통령이 직접 질문자 호명해 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결국 이어진 질의에서 이군은 “대통령은 노동자, 농민, 진보 학생, 지식인의 가장 큰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그 이후 노동정책을 볼 때 실망스럽다”며 관련 대책 등을 따져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에대해 “시장의 현실적 조건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동 정책은 어느 일방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 그대로 할 경우 경제파탄이 날 수도 있고, 국민의 보편적 상식에 부딕쳐 처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연세대 리더십센터소장인 양승함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노 대통령은 사회자 권유에도 불구하고 선 채로 강연과 질의·응답에 응했다. 강연이 끝난 후 노 대통령은 학생 대표들로부터 꽃다발과 ‘우리나라를 기상으로 꽉찬 나라로 만들어 달라’는 뜻이 담긴 독수리상을 기념품으로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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