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발전 노력 위한 임기 1년은 너무 짧아. 후임 회장은 2년, 3년 늘려야”

[한국대학신문 정명곤 기자]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최성해 회장(동양대 총장)은  “사립대의 위기 극복과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위주의 정책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학이 잘하는 부분을 장려하고 도와주는 진흥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총협은 국내 157개 4년제 사립대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2016년 원숭이띠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최 회장으로부터 사립대학의 발전과 위기극복을 위한 지혜를 들어보았다.

- 사총협회장 취임이후 10개월이 지났다. 임기가  3개월 남았는데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고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1년 남짓한 회장 임기로는 대학의 과중한 현안들을 끌고 가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자평을 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 달라. 그게 참 어려움이 많다. 1년 임기를 가지고 사총협 회장으로서 무엇인가를 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1년 정도는 전임자들의 업적이나 발전 계획을 검토하고 취합해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키고 바꿀 것은 찾아야 한다. 여러 총장들 견해를 물어 사립대학 발전방안이나 사학법과 같은  중요사안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하는데 1년은 너무 짧다. 사립대 존폐 여부가 걸린 문제가 이 안에 있다. 이것은 학교 하나 운영하는 정도가 아닌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을 운영하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해외 교육의 좋은 사례를 본받고 경쟁해야 할 문제인데 1년은 너무 짧지 않은가. 후임 회장은 적어도 2년, 3년 정도는 해야지 성과가 나올 것 같다.”

▲ 최성해 사총협회장은 본지와의 신년대담에서 "정부는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 대학이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한명섭 기자)

- 우리 사회와 교육부는 취업을 강조하고 있고, 대학의 취업률이 대학 성적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4년제 사립대들은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의 기능에서 실질적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과연 이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
“대학이 가지고 있는 원칙적인 사명은 사실 취업하고 거리가 있다. 물론 전공한 것을 승계해 사회에 필요한  취업을 한다면 자연스럽고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요즘 전공을 잘 살려 취업한 학생들은 많지 않다. 재직자의 생명이 짧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생각했던 전공과 거리가 멀고, 무조건 취업해야겠다는 목표의식 속에서 취업을 하니 1년 정도 다니다 사표를 낸다.  취업할 준비가 안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학이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고 정말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주면 된다. 2년제, 4년제에 걸 맞는 전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대학의 현실은 그것이 상실돼 있는 상태이다.”

- 본지가 지난해  대학의 미래를 논의하는 프레지던트 서밋을 진행했다. 사학법을 축소하고 사학진흥법(가칭)을 장려해 교육 해외 영토 확장을 이루자는 내용의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대학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의견을 들려달라.
“결국 이것은 자율성 문제다. 학교에 맡기면 된다. 학교가 잘못하면 스스로 폐쇄 조치를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안 오기 때문이다. 자율성에 맡겨 놓으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다양한 형태로 운영을 하며 정책을 결정한다. 타 대학의 모범 사례를 본받아 벤치마킹하고, 잘못된 부분은 스스로 과감히 도려내게 된다. 지금과 같이 자율성이 없이는 이런 과정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정부는 잘하는 부분을 도와주면 된다. 그것이 바로  진흥이다. 물론 병폐가 있는 사립학교도 있지만 대부분 학교들이 열심히 가르쳐 정말 좋은 학생들을 만들려고 하는 모토는 다 깔려 있다. 언론과 교육부 감사기관을 통해 사학은 비리만 저지르는 곳이란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왜 사학을 진흥시켜줄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

▲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 최성해

- 강사법이 다시 유예됐다. 정부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잘 알고 있다. 사총협 회장으로서 강사법이 어떻게 보완되고 나아가야 할지 의견을 부탁드린다.
“강사법 본래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행‧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되어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이런 사안들은 관련 당사자들이 제대로 협의하여 서로 윈-윈 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강사법은 대학뿐만 아니라 강사들조차도 반대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대학 현장에서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의미가 없다. 유예 기간 동안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총협의 입장은 현행 강사법을 폐지하고 강사의 강의 기회 보장에 초점을 두는 법안 마련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학의 교육과정들이 다양한데 강사법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경직된 임용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포함해 후속세대 양성 및 발전에 기여하는 교원정책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 많은 대학들이 정부의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사업인 프라임, 코어,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정원 조정 및 감축 등 제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사립대 총장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가.
“프라임 사업은 대학가 최대 관심분야다. 대학당 최대 300억원의 재정이 지원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에 대한 총장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려면 입학정원 조정과 단대별 개편 계획 등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입학정원의 5∼10% 이상을 전환해야 한다. 예상되는 학내 반발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이공계 중심의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데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더욱 힘이 든다. 이런 사업들은 대학들 간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켜 지역대학이나 소규모 대학들의 입지를 점점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하기 힘든 대학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형평성을 위한 조정도 필요하다.”

- 새로운 교육수장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완돼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대학 본연의 자율성을 좀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선회했으면 한다. 구조개혁이 지나지게 강압적이고 졸속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사총협은 현재 입법이 추진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원 축소의 필요성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원을 이미 많이 축소했다. 유학생 유입을 확대하고 정원외 모집 정책을 잘 조정하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구조개혁은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한다는데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만의 위기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지방대학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개혁법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

- 2016년 신년을 맞아 사립대학 구성원들과 본지에 한 마디 부탁드린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의 흐름 속에서 많은 대학들이 안팎으로 고통을 견디고 있다. 어느 때보다 대학 구성원들이 단결해 시련을 이겨나가야 한다. 지난해 사총협은 사립대학의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에 최선을 다해왔다. 이는 사총협의 전체 구성원들의 지원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사립대학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학법이나 대학구조개혁법과 같이 사립대학을 옥죄는 문제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미래 교육의 발전을 선도해갈 필요가 있다. 또 한국대학신문에 대해서도 항상 감사드린다.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대학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사회에 알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래서 보다 많은 대학이 신뢰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편달을 당부드린다."

■ 최성해 사총협 회장은
단국대 상경학부와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 MBA를 수료했다. 워싱턴침례신학대(Baptist College & Seminary of Washington)에서 신학사, 교육학석사, 교육학박사를 받았으며 단국대 명예교육학박사이기도 하다. 미국 필라델피아 경제인연합회 사무총장, 대구ㆍ경북지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영주시 공공기관 및 혁신도시 유치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학교법인 현암학원 이사, 사단법인 영주FM방송 이사장, 한국교회언론회 이사장, 한국대학총장협회 이사, 지방분권운동본부 자문위원, 안동MBC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1994년부터 동양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정명곤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본지 박성태 발행인과 사총협 최성해 회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한명섭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