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 세한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목포로부터 10분 거리 영암에는 내가 일하고 있는 세한대학교 작업치료학과가 있다. 서남단의 마지막 4년제 대학교이기도 하다. 임용 다음 해 지방대를 위한 정부사업에 우리 과가 함께 선정되면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애정을 쏟아 부었던지 교내 보건복지서비스센터에 치료실과 벽, 복도, 도구들마다 추억이 깃들어 있다.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지역사회 보건복지 클러스터를 형성하자는 원대한 꿈을 꾸었고, 지금 세한대 작업치료학과는 목포와 전남 서남권 재활치료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시작은 미약했지만 해를 거듭하며 상황이 호전됐다. 뇌졸중이 발병한 거의 모든 서울사람이 작업치료를 받는 데 비해 대부분의 지역주민이 작업치료란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하던 때에 이곳에서 작업치료학과를 시작했으니, 전남 최초 4년제 작업치료학과로서의 책무도 있었다. 세계작업치료연맹(WFOT)에서 요구하는 교육기준을 지향했다. 이에 WFOT 기준인 임상실습 1000시간을 작업치료사의 수퍼비전(임상기술지도)이 가능한 전국 30여개 유수의 병원과 연계해 학생들이 실속 있게 경험하도록 했고, 현재까지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1학년의 기초과정, 2학년의 전공입문과정, 3학년의 전공심화 및 실습과정, 4학년의 임상실습과 통합과정은 같은 맥락에서 구성된 교과과정이다. 교내 보건복지서비스센터에서는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작업치료서비스를 해왔다, 해남, 강진, 영암, 목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교수와 함께 이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소화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이는 2002년 작업치료학과가 개설된 후 국가면허시험 100% 합격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졸업생 중 전국수석이 나오기도 했고, 4월 이전에 취업대상자 전원이 취업을 확정 짓는 성과도 거뒀다. 그렇게 14년이 흘렀다.

작업치료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기능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고안된 작업활동을 통해 회복하도록 돕는 것으로, 작업치료면허권자에게만 허용된 보건의료행위다. 수술이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 하에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치료행위라면, 재활의 핵심인 작업치료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환자가 주인공인 치료행위다. 질병으로 인해 변화된 삶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현재 가능한 최대한의 기능을 발휘하며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가능한 한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 작업치료사가 함께 한다.

요즘 작업치료학과의 경쟁률이 다시 낮아졌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지역 내 학생들이 인근 광역시에 있는 대학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정부의 대학평가로 대학들이 나름의 설립취지에 따라 운영하기가 어려워진 환경 탓도 있다. 작업치료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이에 따른 자존감 상실도 한 원인으로 짐작된다. 왜 병원이라면 의사와 간호사만 떠오르고, 재활하면 운동치료만이 생각나는가.

작업치료의 근원은 19세기 정신장애인에 대한 치료활동을 통한 회복에 있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신체장애가 포함된 것이다. 국토 서남단 내륙과 2000여개에 달하는 섬 지역 주민들이 질병에 걸렸다가 회복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도록 돕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의 보건의료계열 학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지근무를 하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방식의 ‘국립보건의료 교육기관’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근 나라에서 지역 보건의료를 논할 때 작업치료사(정신장애 전공)인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목을 빼어 둘러보았다.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의료시스템에 전반적인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작업치료를 비롯해 지역발전에 필수적으로 보전돼야 할 지역대학 유망학과들이 건재할 수 있도록 세밀한 고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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