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밀린 숙제는 풀어내지 못했다. 12월 임시국회는 한달 동안  큰 소득없이 종료됐다. 새누리당의 소집 요구에 따라 국회는 곧바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할 예정이지만, 여야간  평행선이 좁혀질 가능성은 적다. 오는 4월 13일 총선도 임시국회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의원들은 지역구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정당이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의정활동이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대학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대학구조개혁법이다.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 정원 감축을 위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사업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법 제정을 염두에 두고  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8월 말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각 대학에 정원감축을 권고했다. 법이 통과되지 않아 권고일 뿐 대학이 느끼는 건 ‘강제’와 다르지 않다. 결과에 따라 정원감축에서 자유로운 A등급 34개교를 빼고는 모두 정원감축을 실시한다. 상위그룹에 속하는 B·C등급 대학도 각각 4%와 7%의 정원감축을 권고 받았다.

학생과 교수들은 이미 법안 통과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대학구조개혁법을 법률제정 취지와 같이 결코 개혁적인 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를 빌미로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을 통해 기업과 시장논리의 대학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결국 한국 고등교육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다. 대학을 평가하고 정원을 줄이며 퇴출시키는 현재의 대학구조조정에 날개를 다는 법을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부실대학이 아닌 대학을 부실하게 만든 비리부정 사학재단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린다는 것이다. 법을 제정하고 발의하는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은 구조개혁의 당사자가 되는 자신들의 의견을 묻거나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호소한다. 대학 구조개혁을 단행할 칼자루를 쥐려고만 할 뿐,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다른 대책이나 이에 대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론수렴보다 법통과만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의 통과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의 국회 처리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로서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 역시 계속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결국 대학구조개혁 사업 자체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하지 않았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설명대로 대학 경쟁력과 대학의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법안이라면,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입맛에 맞는 몇 개의 단체가 아닌 전반적인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의 명분으로 학과를 잃을 수 있는 학생부터 교수, 학부모와 직원까지. 법통과 이전에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이 필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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