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 국립전문대학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한 방법”

“대학구조개혁평가 보다는 스스로 적응 유도가 옳아”

“총선 출마 계획 없어”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지난 2014년 9월 취임 후 1년 4개월 여 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를 이끌어 온 이승우 회장의 패기와 전문대학에 대한 소신은 여전했다.

1956년 원숭이띠인 이 회장에게 병신년(丙申年)이 남들보단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올 터. 그는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 “한 인생 한 바퀴 돌면서 좋은 일도, 후회할 일도 많았다. 후회할 일을 안 하겠다는 장담은 여전히 못하겠지만 올해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건 바로 교육”이라며 “전문대에는 비교적 사회적 약자들이 오는데 양극화와 입시지옥을 해소할 수 있는 전문대의 순기능적인 요소들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지난해 결국 수업연한다양화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올해 계획은.
“우선 아쉬움이 정말 크다. 이 법안은 국회 교문위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되지 못했다. 올해는 국회가 다시 구성이 되니 지난 회의까지 논의됐던 안건들은 자동 폐기된다. 위원이 입법을 하던 정부 입법을 하던, 다시 추진할 것이다. 이 법안은 국정과제이기에 정부 입법이 맞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분야에 한하여 전문대학의 학과를 1년부터 4년까지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정의하자면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아니라 직업교육의 수업연한 다양화로 봐야한다. 수업연한다양화로 인해 현재의 2~3년 과정이 약 85%로 유지되면서 나머지 약 15% 범위에서 평생교육차원의 1년 과정, 직무 내용에 따라 고도화 또는 융‧복합 분야의 경우 4년 과정으로 직업교육체제를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일반 대학에서는 전문대가 수업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서 대학의 과당경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것 때문에 지방 일반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걸 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전문대가 4년제를 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4년 과정으로 할 경우 교육 여건이라든지 모든 것을 교육부 장관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 또 수업연한을 4년으로 할 때는 총 입학정원에서 50%를 줄여야 하는, 오히려 입학 정원 감축의 효과를 가져 오는 부분이 있다. 결론적으로 수업연한다양화는 기술 발전과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내실 있는 직업교육과정을 설치, 운영해 전문성 높은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명장대학원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이견으로 인해 정부 입법이 어려웠지만 굳이 대학원 설치를 하지 않더라도 명장스쿨 등의 방식을 통해 도제식으로 (인재들을)키울 수 있기에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업연한다양화의 경우 선진국에선 이미 직업교육, 즉 기술교육이 다양화돼 있는데 이 말은 곧 언젠간 이뤄질 과제라는 의미다. 지금은 자동적으로 이뤄질 것을 주장하는 과정으로 보기에 잘 될 것이라 본다.”

-현 정부의 전문대학육성방안이 전문대학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일단 큰 그림에서의 정책적인 목표는 도움이 되고 있다. 현 정부가 학벌보다는 능력중심사회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체나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산업과 사회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데 있어 취업률이 강조되다보니 전문대학도 많이 맞춰 나가고 있다. 꿈과 끼를 살린 교육은 재능과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재능을 가르치는 곳이 바로 전문대다. 정부의 교육적인 목표와 일치하기에 전문대학들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특성화를 추진하며 활발히 진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고 있나.
“전문대학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이다. 이 말 한마디에 전문대학의 태생과 앞으로 가야할 방향성이 다 들어있다. 자리매김이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에 전문대학은 함께 해왔다는 말이 모든 걸 포함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전문대학의 장점 그리고 경쟁력과 핵심가치는 특성화다. 이미 79개교가 특성화전문대학으로 지정됐고 프로그램 자체가 대학별로 특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전문대학들이 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정리가 될 듯하다. 전문대는 전문대답게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학생정원이 줄고 산업체에 맞춘 교육과정에 따라 (몇몇 대학들은)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취임 후 전문대교협이 대학 현장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 주었다고 보나. 어떤가.
“전문대학의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특성화가 안 되면 생존이 안 되는 현실에서 전문대학이 추구하는 현 교육방향이 바람직하다는데 이견은 없지만, 여전히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기엔 부족하다. 협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진 못했다. 결국 전문대학은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자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전문대학은 일단 학비가 싸다는 이점이 있고 전문대 출신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산업체들도 있지만, 아직 일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전문대교협 회장 취임 1년 반 동안 큰 변화가 온 건 아니지만 순전히 홍보 예산만 큰 폭으로 늘렸다.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일반적인 홍보 툴인 SNS나 동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폴리텍과의 경쟁에서 전문대학만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일단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는 폴리텍은 훈련 중심의 실무 기능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국책특수대학이다. 쉽게 말해 단기 직업훈련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폴리텍이 이미 전문대학 또는 일반 대학에서 양성하고 있는 전공 분야를 개설하면서 국고 낭비 및 비효율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폴리텍 캠퍼스 신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무척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대학은 95% 이상이 사립이지 않나. 폴리텍도 전문학사 운영을 할 거라면 국립전문대로 편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폴리텍은 국립직업대학이나 국립기술대학 이런 식으로 가고 전문대는 기존대로 가는 게 맞다. 지역별로 폴리텍이 확산되는 이유는 교육기관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이 폴리텍이라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하고 사립대학은 더 이상 설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폴리텍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전문대학 학과와 이들이 최소한 중복되지 않게라도 해 줘야 한다.”

-맞춤형 고등직업인력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 구성원들, 특히 교수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전문대학은 전문대학답게 직업교육을 중점으로 하고 일반대는 학문과 연구 중심으로 가는 이 투 트랙을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 일반대 중 학문과 연구 중심이 아닌 곳은 전문대학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말이다. 조리학과처럼 2년 교육으로 충분한 걸 4년제로 운영할 필요가 없지 않나. 우리나라에만 조리학과 4년제가 존재한다.”

-올해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특성화를 서둘러 완성시켜야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요즘은 일반대 수도 넘쳐 대학 진학을 못 하는 학생들은 드물기에, 전문대학과 일반대 간 직렬적인 구조가 병렬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때 마이스터고 진학을 준비하거나 전문직업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 특히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것은 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의 목표는 아니고 제가 머무는 동안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의견은.
“굳이 만들 필요 없었다. 교육부의 재정 지원 평가 툴을 활용하기 보다는 대학 스스로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선 외부적인 충격을 통해 칼을 준다는 논리인데 이렇게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아닌 개별 대학들이 맞춰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구조개혁평가가 있었는데 3년 후 또 할 것이냐, 하위등급 대학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등 이런 것들에 얽매이는 법 만들기 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총선 출마 얘기들이 들린다. 계획이 있나.
“시원하게 말할 수 있다. 안 나간다. 제2의 인생은 교육 관련 비즈니스로 생각 중이다. 평생 교육자는 아니지만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그동안 정치 쪽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직업교육발전에 헌신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교육수석이나 교육정책자문관으로는 참여해 고등교육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엘리트를 키우는 곳은 엘리트끼리 경쟁하게 하는 것이 맞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나 능력중심사회와 같은 좋은 콘셉트들을 현 정부가 잘 만들었지만 이걸 왜 밀어 붙이지 못 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인 의견으론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대학 40~50개는 연구 교육중심으로 육성하고 나머지는 고등직업훈련에 중점을 두면 좋겠다.  4년제 피부미용과가 생겼다 해서 쓸데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육이 넘쳐서 나쁠 건 없지만 이건 여유 있을 때 할 수 있는 얘기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정리= 양지원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이승우 회장은…
1956년에 태어나 1979년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책학과를 졸업했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통령 공보담당관실 행정관, 대통령 행정수석비서관실 보좌관(서기관), 전북 순창군수, 중앙공무원 연수원장, 대통령 행정쇄신비서관실 행정관, 대통령 지방행정비서관실 행정관, 전북 부지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 군장대학 총장을 맡아 학교를 이끌고 있으며 2014년 9월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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