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혁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한국은 이제 국민소득이 2만8000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1950~60년대 세계 최빈국에 속해 있던 한국이 불과 60~ 70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이런 위치에 오게 된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고 저개발 국가에서는 한국을 경제 모델로 삼아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지하자원도 부족하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한국의 발전 원동력은 인적자원, 교육, 근면성, '빨리빨리 근성'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의 힘이 가장 크다는 것을 첫째로 꼽을 것이다.

막상 우리 교육의 실상을 보면 여전히 암기 위주로 실수를 하지 않는 공부를 학생들에게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초·중등 교육은 사실상 대학 입시에 맞추어져 있고 공교육은 평준화 교육을 표방하면서 수준별 교육은 잘 이루어져 있지 않는다. 때문에 사교육이 우리 교육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평준화 교육을 몇 십 년 전에 접고 공교육은 수준별 교육이 보편화 되어 있다. 그래서 미국동포의 자녀 중 영재들의 경우 20대 초반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소식도 가끔씩 들린다.

한국에는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이 있고 과학영재교육을 위한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가 전국에 20여개가 있다. 특목고의 학생을 합치면 매년 수천명, 이러한 영재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한국의 대학 입시를 어떻게 만들면 좋은가는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입학하는 과학영재들을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과학특성화대학 대신에 일반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과학영재들도 많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또 지인으로부터 "과학고를 나와 일반 명문대에 입학하면 1년 동안 술 마시고 놀아도 A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는 말을 종종 전해 듣는다. 오히려 "1년 동안 원 없이 놀고 싶어 그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어떤 과학고에 다니는 학생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고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의 입장에선 입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커서 교육 수준을 가장 낮은 학생에게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대학이 다양한 학생을 받아 들였다면 다양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명문대학이 로봇이나 컴퓨터, 수학 등 한 가지에 미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실업계고등학교 학생을 받아 들여도, 이들을 평범한 다른 학생과 같은 시스템으로 교육받게 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과학영재학교, 과학고 등 특목고를 졸업한 학생들과 일반고를 졸업한 학생들 중 뛰어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른 트랙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제적인 감각을 갖게 하고 인성과 리더십을 키우며 희망하면 2-3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도 있게 하면 어떤가. 과거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으로 겸직하면서 대학에 뛰어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수 차례 건의하였으나 조기졸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과 이러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 들었다.

생물 진화에도 다양성이 중요하고 같은 혈족 간의 혼인으로는 열등한 종족이 나온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성도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융합과 소통이 중요하고 서로 다른 경험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려 자기가 즐겨하는 분야를 열정으로 일해 간다면 창의적이고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학교육도 수준별로 다양한 학생들에게 각기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고 열정을 가지고 자기가 선택한 분야를 즐기면서 공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중국, 일본 등의 강대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위시한 신흥 개발국 사이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은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기술경쟁력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한국과 세계 인류에 기여 가능한 인재로 교육하는 것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가지고 있는 목표일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선택이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과학영재들을 다양하게 교육하자. 2년만에도 졸업할 수 있고 6-7년 만에 복수 전공, 다중 전공으로 졸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사고를 가진 다양한 인재들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될 것이며 창의성도 계발될 것이며, 이런 다양한 인재 중에서 미래의 한국과 세계 인류를 책임질 인물이 많이 배출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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