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학의 위기와 K-무크

한국의 대학이 위기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미 대학 재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교육체계의 변화로 2030년이 되기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2014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도 58.6%에 그쳐 대학교육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이 사라질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직 결정되지도, 확실하지도 않은 문제다. 하지만 현 상황의 위기들을 타개할 방법을 고심해야 할 시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본지는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K-무크와 평생교육에 대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대학의 생존전략에서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대학교육 소비자의 범위 확장이다. 저출산과 수명 연장으로 인해 고령화 사회가 된 대한민국은 10년 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예고했다. 대학에 이 흐름에 연관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수요자라 할 수 있는 학령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대학 재정의 악화로 이어진다. 대학들과 교육부는 여러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때 나온 해결의 실마리 중 하나가 바로 ‘무크’였다.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 석학들의 강좌를 제공하는 교육체계다. 그동안 단순히 수업 동영상을 제공하던 오픈코스웨어(OCW)에서 한층 더 발전한 온라인공개강좌다. 전용 플랫폼과 SNS 등을 활용해 기본적인 수업부터 시험과 과제 제출까지 운영된다. 수료증을 통해 배움의 결과물도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학생과 교수 간 질의응답이나 토론 등이 이뤄지면서 ‘쌍방향 학습’도 지원해 차세대 미래교육의 아이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신들에 맞는 무크 체제를 도입했다. 무크 시스템이 처음 만들어진 미국에서는 민간 주도로, 일본이나 프랑스는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등 그 체계도 다양하다. 서울대나 KAIST 등에서 먼저 코세라 등 민간 무크 플랫폼과 연동해 강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 기분 좋게 출발한 K-무크, 27개 강좌 인기몰이 = 한국도 무크의 열풍에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14일 정부 주도의 한국형 무크인 K-무크가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 운영에 나선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포스텍, KAIST, 한양대 등 10개 대학으로 총 27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선정된 각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학교별로 1억원의 지원비를 받아 강좌를 제작했다. 과목 선정과 강좌 운영에 대해서는 대학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교육부는 오는 2018년까지 총 500개 이상의 강좌 운영을 목표로 매년 강좌 수를 확대할 계획으로 각 대학의 교수·학습 방식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첫 시작은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강의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나타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첫 운영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3만6471명이 K-무크 회원으로 등록했다. 수강신청자 수는 5만7018명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1%, 30대와 40대가 20%를 기록했다. 50대는 13%였고 10대도 7.8%의 비율을 기록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목별로는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 과목은  6547명이 수강신청해 가장 많은 인원 수를 기록했고 박영택 성균관대 교수(시스템경영공학)의 ‘창의적 발상: 손에 잡히는 창의성’은 5424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심화적인 수준으로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수강인원 수가 적었던 무크 강의에서도 수강자들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K-무크 강의를 들은 수강자들은 △지적호기심 충족 △심화학습 및 진로탐색 기회 △다양한 대학교육 체험 △평생교육 및 보수교육 등을 이유로 수강했으며 대부분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준구 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 과목을 수강한 한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혼자 경제학과를 지망하고 경제 과목도 없다보니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수업을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 허준 연세대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 센터장은 K-무크가 세계무대에서의 성공 요소로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 △시장원리에 입각한 운영 △플랫폼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사진=이재익 기자)

■ 세계 고등교육 선도 가능성도 충분 = 전문가들은 K-무크가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이어진다면 세계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K-무크 산업의 이슈화와 발전방향을 모색한 ‘K-무크 포럼 2016’이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무크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무크가 운영된 상황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K-무크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논의했다.

‘K-무크 미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허준 연세대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 센터장은 K-무크가 세계무대에서의 성공 요소로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 △시장원리에 입각한 운영 △플랫폼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허 센터장은 “국내에서의 성공해야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무크 수업을 듣는 수요자들의 이해관계, 경제논리가 K-무크에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교육한류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현진 순천향대 교수(교수학습혁신센터)는 먼저 국제화 기반을 조성하고 교육한류를 기반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진행한 후, 관련 대학에 캠퍼스를 조성하는 3단계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K-무크가 한국형 교육개발협력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일현 이화여대 교수학습개발원장은 K-무크에 학습분석학적 요소를 추가할 것을 건의했다. 학습분석학적 요소가 무크에 도입되면 수업을 듣는 개개인의 데이터들이 모여 대학, 국가까지 이어지는 교육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무크 과목에 대한 행동데이터들이 축적되면 미래교육의 올바른 방향도 가늠해 볼 수 있고 세계적으로도 우수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 K-무크, 뒤를 돌아보며 두 번째 도약 준비 =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K-무크의 첫 운영은 2월말 종료된다. 15일 현재 2개 과목이 종강되고 10개 과목이 기말고사 등을 진행 중이다. 이후 운영은 대학의 학사일정과 비슷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2016년 1학기는 지난해 진행했던 과목들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이후 여름방학 기간에 새로운 무크 강좌들을 제작한 후 2학기에는 100개 이상의 과목으로 두 번째 운영을 진행한다.

올해 K-무크의 예산은 40억1800만원이다. 신규과목 개발 지원비로 과목당 5000만원이 지원되며 현재 진행 중인 강좌에 대한 수정 및 보완 등에 대한 운영비로 각 대학에 1200만원이 지원된다. 교육부는 시범운영과목 27개를 포함해 100개 이상의 과목들을 오는 2학기에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무크에 참가한 관계자들도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고전문헌과 역사문화’ 과목을 진행한 심경호 고려대 교수(한문)는 “대중의 수준과 학문의 깊이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존재했던 대중 교양 수업보다는 한층 높은 경지의 수업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순구 고려대 교수(법학)의 ‘민법학입문’을 수강한 한 대학생은 “온라인강의였지만 교수님이 매우 적극적이었고 수강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좋았다”며 “다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깊게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조금 짧게 설명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박종오 K-무크 진흥본부장은 “처음 시작하다보니 준비단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것부터 먼저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모을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 영문서비스를 실시해 해외로의 교육서비스도 원활히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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